Introduction
자아의식이 성장하고 자신의 욕구와 사고를 적극 표출하게 되는 유아는 본격적으로 또래관계를 형성하고 상호작용을 하게 되면서 사회적 능력을 습득하고 발휘하게 된다(Fogle & Mendez, 2006). 자기중심성과 다양한 욕구충족 여부에 많이 좌우되는 영아기와 달리 유아기는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발 달과 함께 타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을 객관화하고 점차 욕구를 조절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발달과 자기중심성의 퇴조는 유아의 관심과 사고의 폭을 확장시키면서 사회적 적응을 촉진하지만, 일부 유아에게는 여러 문제행동과 부적응적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유아기 문제행동은 발달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사회정서적 적응 수준을 나타내기도 하나(Moon, 2010) 지속적이고도 안정적인 특성이 있을 뿐 아니라 시간이 경과하 면서 더 다양한 모습으로 강화되며(Patterson & Bank, 1989), 학령기를 지나 청소년기, 성인기까지 지속된다는 종단연구결과들이 보고된다(Costello, Mustillo, Erkanli, Keeler, & Angold, 2003; Leblanc et al., 2008). 즉, 유아기 문제행동이 적절한 개입 없이 방치될 경우 이후 더 위험한 문제행동으로 발전되고(Abulizi et al., 2017), 종국에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량을 방해하여 다양한 심리사회적 부적응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유아기는 외현화 문제행동이 본격적으로 출현하는 만큼, 조기발견과 이에 따른 중재와 개선의 여지가 높아 이후 부정적 발달의 연속성을 단절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시기일 수 있다.
유아기에서 정상발달과 이상발달은 같은 연속선상에 놓여있고 이상발달에 대한 범주화와 진단이 여의치 않음을 이해할 때 유아기 문제행동에 대한 유용한 접근은 차원적 분류(dimensional classification)이다. 연령과 발달단계에 따라 나타나는 양상이 다르기에 문제행동에 특정한 진단을 부여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차원적 분류는 유아기 문제행동의 보편성을 확인하고 예방적 차원에서 개입하기에 더 적절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따라 유아기 문제행동은 주로 내재화 문제행동과 외현화 문제행동의 두 차원의 축을 사용하는 방법(Achenbach & Edelbrock, 1983)을 가지고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온 실정이다. Achenbach와 Edelbrock (1983)에 따르면 내재화 문제행동은 불안과 갈등이 개인내부로 향해 정서사회적으로 위축되거나 철회되고 과잉통제되는 것, 우울과 두려움의 정서로 표현되며, 외현화 문제행동은 정서와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과소통제된 행동, 공격적 행동, 주의력문제, 과잉행동, 거짓말, 타인을 괴롭히는 등의 행동문제로 나타난다.
문제행동은 원인이 무엇이든 유아의 발달과 잠재능력 발휘를 방해하고 부적응을 초래하므로, 유아기 문제행동 개입과 발달지원을 위해서 관련변인과 이것이 문제행동에 미치는 효과의 다차원적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아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크게 개인내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범주화하며, 개인내적 변인으로는 연령, 성, 기질, 자기조절 능력 등이, 환경적 요인으로는 부모양육행동과 가족관련변인, 또래관계, 빈곤 등이 의미 있는 것으로 많은 연구에서 나타났다(Abulizi et al., 2017; Choi, 2017). 유아기는 학령기나 청소년기에 비해 부모양육행동을 포함한 가정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Erel & Kissil, 2003), 부부불화와 아동적응간의 연계가 특히 유아기에 강하다는(Mahoney, Jouriles, & Scavone, 1997)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유아의 문제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정환경의 영향력을 탐색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부부갈등은 부부관계를 넘어 가족 전체의 관계와 역동에 영향을 주는 만큼, 자녀의 문제행동과 인과적 관계에 놓이기 쉽다. 가령 부부갈등에 따른 부모의 부정적 정서는 통제적 양육행동을 초래하여 아동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Buehler & Gerard, 2002), 유아에게 불안과 두려움을 각인시키고 감정조절의 어려움과 분노를 유발하면서 문제행동 발생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Davies & Cummings, 1994). 부부갈등은 유아의 문제행동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Johnson & Lieberman, 2007) 양육행동의 부정적 변화를 동반하여 유아와의 부정적 상호작용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나(Yu, Pettit, Lansford, Dodge, & Bates, 2010), 결과적으로 유아의 문제행동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세상과의 접촉과 교류 속에서 자신을 더욱 드러내려는 유아의 발달특성과 관련하여 부모의 훈육과 사회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부모의 양육신념과 행동에 혼란과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결국 부부간 갈등요소가 심화되기 쉽다. 유아기와 초기 아동기는 부부간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Belsky & Rovine, 1990), 부부갈등이 유아기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유아 문제행동의 발생경로에서 중요한 선행변인으로 존재하는 부부갈등과 관련하여, 유아기 이후의 적응적 발달을 향한 조기중재를 위해 부부갈등과 문제행동의 관계성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편 유아의 문제행동을 촉발하는 개인내적 요인들로 유아의 기질적 특성을 포함한 신경생물학적 특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유아의 기질은 사회적 관계와 문제행동에 영향을 주며(Kagan, 2010/2011), 신경생물학적 기능이 떨어지는 아동이 행동발달과 학습기능에서 보다 취약하다고 보고된다(Hanson et al., 2015). 이러한 측면에서 유아의 문제행동과 관련된 기질적 특성으로 의도적 통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도적 통제(effort control)는 즉각적이고 장기적인 목표에 의해 자발적으로 정서와 행동을 규제하고 주의를 조직화할 수 있는 능력의 기저에 있는 인지체계로서(Posner & Rothbart, 2000; Rothbart & Bates, 2006), 상황에 맞춰 정서를 조율하고 충동적 반응과 행동을 억제하며 주의를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의도적 통제는 만 1세 이전에 이미 개인차를 보이며(Putnam & Stifter, 2002) 이후 4세까지 빠르게 발달한다. Kochanska, Murray와 Harlan (2000)은 종단연구를 통해 영유아기 의도적 통제의 발달과 연속성, 선행요인 등을 확인하고 의도적 통제가 영유아발달에서 선후를 망라하여 사회적 발달의 밀접한 연결고리가 됨을 규명하였으며, 유아기 의도적 통제가 정서조절의 핵심전략으로서 이후 사회정서발달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 용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는 의도적 통제가 부정정서를 기질적으로 쉽게 느끼는 유아를 적응문제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Rothbart & Bates, 2006), 다수의 선행연구에서 의도적 통제능력이 뛰어난 유아는 환경자극에 즉흥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낯선 상황에서도 과도한 위축을 보이지 않는 적응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사실상 유아기 의도적 통제는 충동적 욕구조절의 실패에서 비롯되기 쉬운 반응적 공격성, 외현화 문제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일관되게 밝혀졌다(Olson, Sameroff, Kerr, Lopez, & Wellman, 2005; Smith & Day, 2018).
한편, 외현화 문제행동에 대한 의도적 통제의 영향력은 내재화 문제행동과 비교해 볼 때 더욱 뚜렷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Chang, Olson, Sameroff, & Sexton, 2011; Moon, 2010; Woo, 2014). 내재화 문제행동에 대한 의도적 통제의 영향력은 외현화 문제행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거나(Moon, 2010),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Woo, 2014) 일관적이지 않아, 유아기 문제행동에 대한 의도적 통제의 역할에 대해 더욱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의도적 통제가 그 자체로서 유아의 문제행동에 개별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개인 내의 부정적 정서성 뿐만 아니라 부모의 학대나 우울, 사회경제적 어려움 등 유아의 부정적 정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정환경의 영향을 중재함으로써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한다는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Lengua, 2009; Lengua, Bush, Long, Kovacs, & Trancik, 2008). 예를 들어 의도적 통제는 높은 위험 상황에 있는 아동의 적응과 발달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의도적 통제가 낮은 아동은 의도적 통제가 높은 아동에 비해 맥락적 위험의 부정적 효과를 더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의도적 통제가 환경의 영향을 조절하고 있음이 밝혀졌다(Lengua, 2009; Lengua et al., 2008). 또한 Muhtadie, Zhou, Eisenberg와 Wang (2013)은 낮은 수준의 의도적 통제는 특히 위험요소가 높은 상황의 부정적 효과에 더욱 민감하게 작용하여 권위주의적 양육행동이 내재화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중시켰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환경적 위험과 적응문제 간의 관계를 중재하는 조절요인으로 의도적 통제는 누적적 위험과 부정적 양육행동의 나쁜 영향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Lengua, 2009; Lengua et al., 2008). 따라서 의도적 통제의 개인차는 상황적 위험에 대한 아동의 반응을 조절하고 그러한 효과에 덜 민감하게 함으로써 위험요소의 효과를 완화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내재화 및 외현화 문제 발달에서 의도적 통제가 사회경제적, 모성적, 환경적 위험의 효과를 모 두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난 Lengua 등(2008)의 연구를 주목한다면, 본 연구에서도 부부갈등이 유아의 문제행동을 유발하는 과정에서 의도적 통제가 조절기능을 할 가능성이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Rioux, Castellanons-Ryan, Parent와 Séguin (2016)의 연구에서는 낮은 의도적 통제를 포함한 모험적 소질(adventurous disposition)이 외현화행동과 관련해 조절효과를 보였으나 청소년기에는 이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부부갈등의 효과를 조절하는 변인으로서 특히 유아기 의도적 통제를 살펴보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도 부부갈등이 유아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 의도적 통제가 조절역할을 할 가능성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이 변인들 간의 관계에서 유아의 성을 고려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일관적이지 않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남아보다 여아의 의도적 통제수준이 높았으며(Kochanska et al., 2000; Moon, 2010), 문제행동에도 성차가 나타나 남아의 경우 외현화 문제행동 수준이 여아보다 높거나(Kang & Oh, 2011; Kochanska et al., 2000; Moon, 2010; Olson et al., 2005), 여아의 경우 내재화 문제행동 수준이 남아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Keenan & Shaw, 1997), 성별 차이를 보고하는 연구들이 있다. 또한 유아기 문제행동을 예측하는 변인들이 성별에 따라 다르며(Kang & Oh, 2011), 의도적 통제가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도 남녀에 따라 달라 의도적 통제가 외현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여아보다는 남아에게서 크게 나타나거나(Karreman, van Tuijl, van Aken, & Deković, 2009), 환경적 영향이 유아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의도적 통제의 역할이 남아에게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Chang et al., 2011; Smith & Day, 2018).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볼 때 남녀별 유아 문제행동의 발달양상이 서로 다르며, 가정환경이 유아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의도적 통제의 역할이 성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가정할 수 있다. 특히 남근기에 해당되는 유아기는 성적 인식이 나타나고 성별 정체성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의도적 통제, 친사회성, 문제행동 등 자기조절능력과 사회성발달에서 성차가 본격적으로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의도적 통제의 조절효과 분석에서 성을 고려한 연구는 제한되어 있어(J. H. Park & Park, 2017), 본 연구에서는 성별을 구분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부부갈등과 의도적 통제, 문제행동과의 관련 양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성을 구분하여 분석함으로써 남녀 유아에게 보다 적합한 문제행동 중재방향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근거하여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Methods
연구대상
본 연구의 대상은 D시의 만 3-5세 유아 232명(남아 118명, 여아 114명)과 그들의 어머니이다. 유아의 연령은 만 3세 88명, 만 4세 75명, 만 5세 69명이었으며, 어머니의 연령은 30대가 대부분으로 35-39세가 95명(40.94%)으로 가장 많았다. 어머니의 교육수준은 대졸이 105명(45.25%)으로 가장 많았다. 어머니의 직업은 주부라고 응답한 경우가 10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43.96%), 다음으로 전문가라고 응답한 경우가 42명(18.10%)으로 많았다.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301-400만원 미만으로 응답한 경우가 64명(27.58%)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500만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59명(25.43%)이었다(Table 1).
Table 1
연구도구
부부갈등
부부갈등을 측정하기 위하여 Markman 등(1994)의 척도를 Chung (2004)이 번안하고 Shin 등(2007)이 수정한 척도를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사용할 수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어머니로 하여금 부부갈등을 측정하도록 하였다. 이 척도는 “사소한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변해 서로 욕설하고 비난하며, 과거의 잘못을 다시 들추면서 싸운다.”, “남편은 내 생각과 말을 내가 의도한 것보다도 더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등의 총 8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혀 그렇지 않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5점)의 5점 리커트 척도로 가 능한 점수 범위는 8-40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부부갈등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 부부갈등 척도에 대한 내적합치도 계수 Cronbach’ s α는 .90이었다.
유아의 의도적 통제
유아의 의도적 통제를 측정하기 위하여 The Very Short Form of the Children’ s Behavior Questionnaire (CBQ Very short form; Putnam & Rothbart, 2006)을 아동학 전문가 및 한국어와 영어의 이중언어자의 검토 과정을 거쳐 번안하여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12문항으로 “흔들기 같은 부드러운 리듬 있는 활동을 좋아한다.”, “지시를 잘 따른다.”, “그림 그리기나 색칠하기를 하면 강한 집중력을 보인다.” 등으로 유아의 의도적 통제를 측정한다. 각 문항은 어머니가 평소 유아가 보인 행동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았다(1점), 반반이었다(4점), 그런 편이었다(5점), 항상 그랬다(7점)까지의 7점 리커트 척도로 평정하도록 되어 있다. 가능한 점수는 12-84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의도적 통제의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 의도적 통제에 대한 내적합치도 계수 Cronbach’ s α는 .77이었다.
유아의 문제행동
유아의 문제행동은 한국판 유아행동평가 척도-부모용(Y. A. Kim et al., 2009) 중 외현화 문제행동과 내재화 문제행동 척도를 사용하여 유아의 문제행동을 측정하였다. 한국판 유아행동평가 척도-부모용(Y. A. Kim et al., 2009)은 Achenbach와 Rescorla (2000)가 제작한 Child Behavior Checklist 1.5-5를 한국아동을 대상으로 표준화한 척도이며, 외현화 문제행동은 주의집중문제 5문항, 공격행동 19문항, 내재화 문제행동은 정서적 반응성 9문항, 불안/우울 8문항, 신체증상 11문항, 위축 8문항으로 측정한다. 이 척도는 주양육자인 어머니가 현재나 지난 2개월 내에 자녀의 행동에 대해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0점)에서 자주 그런 일이 있거나 많이 그렇다(2점)의 3점 리커트 척도로 평정하게 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주의집중문제 및 공격행동을 합산한 총합으로 어머니 평정의 외현화 문제행동 점수를 산출하였으며, 정서적 불안정, 불안/우울, 신체증상, 위축을 합산한 총점으로 어머니 평정의 내재화 문제행동 점수를 산출하여, 가능한 점수의 범위는 외현화 문제행동의 경우 0-48점, 내재화 문제행동의 경우 0-72점이다. 외현화 문제행동의 전체 24문항에 대한 내적합치도 계수 Cronbach’ α는 .87였으며, 내재화 문제행동의 전체 36문항에 대한 내적합치도 계
연구절차
본 조사를 실시하기 전 어린이집 교사 5명을 대상으로 예비조사를 실시하여 문항의 이해도를 살펴보았으며, 예비조사 결과를 반영한 최종 질문지를 완성한 후 D시의 어린이집에 무작위로 연구의 목적과 방법을 설명하고 연구 참여와 동의를 구하였다. 이에 동의한 10개 어린이집에 300개의 질문지를 배부하였으며, 어린이집에서 연구에 참여 동의를 한 가정으로 연구대상자의 가정으로 배부하고 질문지를 작성 후 어린이집으로 송부하였으며, 연구자가 1주일 후 어린이집을 직접 방문하여 질문지를 회수하였다. 배부된 300부의 질문지 중에서 연령에 벗어난 질문지, 무응답, 부정확한 응답, 설문지 회손, 미 수거된 질문지 등 68부를 제외한 232부를 최종 자료분석에 사용하였다.
자료분석
자료분석은 SPSS 18.0 (SPSS Inc., Chicago, IL)과 Process macro version 3.4 (Model 6; Hayes, 2017)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 먼저 기초통계분석과 Cronbach’ s α 계수를 산출하였으며, 부부갈등이 유아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과정에서 유아 의도적 통제의 조절효과를 알아보기 위하여 상관분석,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조절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변인의 입력방식에 대해 위계적 입력방식을 주장하는 학자(Aiken & West, 1990)와 동시입력을 주장하는 학자(Hayes, 2013)로 나눌 수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Hayes (2013)의 방식을 따라 동시입력방식으로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조절효과의 검증은 R2 변화량이 유의적인가를 보거나 상호작용항의 계수가 유의적인가를 보는데(Bae, 2015), 본 연구에서는 상호작용항의 계수가 유의적인가를 중심으로 조절효과를 해석하였으며, 평균값을 중심으로 1 SD 높은 집단과 평균집단, 1 SD 낮은 집단의 회귀계수의 유 의성을 확인하였다. 추가적으로 Johnson-Meyman 유의도를 확인하여 조절효과가 유의한 집단의 의도적 통제점수 상한선과 확률을 확인하였다.
Results
측정변인들의 일반적 경향
부부갈등과 유아의 의도적 통제, 문제행동의 기술통계치와 성차를 알아보기 위해 t 검증을 실시하였으며 결과는 Table 2와 같다
Table 2
Variables | Score range |
Boys (n = 118) |
Girls (n = 114) |
t |
---|---|---|---|---|
M (SD) | M (SD) | |||
1. Marital conflict | 8-32 | 15.71 (5.64) | 15.92 (5.83) | −.28 |
2. Preschooler's effortful control | 35-84 | 62.48 (8.20) | 64.46 (8.31) | −1.83 |
3. Preschooler's external problem behaviors | 0-36 | 5.82 (6.26) | 6.28 (5.74) | −.59 |
4. Preschooler's internal problem behaviors | 0-36 | 5.74 (5.93) | 7.41 (6.35) | −2.06∗ |
부부갈등의 총점 평균은 남아가 15.71점, 여아가 15.92점으로 나타났고, 5점 척도의 문항평균점수로 환산하면 남아가 1.96점, 여아가 1.99점으로 본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의 부부갈등에 대한 지각 수준은 중간보다 낮은 편이었다. t 검증 결과 성별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으로 유아의 의도적 통제의 평균은 남아가 62.48점, 여아가 64.46점이며, 문항평균점수로 환산하였을 때 남아는 5.20점, 여아는 5.37점으로 나타나 본 연구에 참여한 유아의 의도적 통제 수준은 모두 중간보다 높은 수준, 문항으로 제시하였을 때 그런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t 검증결과 성별차이 는 나타나지 않았다. 유아의 외현화 문제행동의 경우 남아가 5.82점, 여아가 6.28점으로 문항평균점수로 환산하면 남아는 .24점, 여아는 .26점이었다. 유아의 내재화 문제행동의 경우 남아가 5.74점, 여아가 7.41점으로 문항평균점수로 환산하면 남아는 .16점, 여아는 .21점이었다. 이는 본 연구에 참여한 유아의 문제행동 수준이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t 검증결과 외현화 문제행동에 대한 성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나, 내재화 문제행동의 경우 남아보다 여아가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t = −2.06, p < .05).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
회귀분석에 앞서 남녀 유아를 나누어 관련 변인들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하여 Pearson의 적률상관계수를 산출하였으며, 이때 선행연구(Lengua et al., 2014; Posner & Rothbart, 2000)에서 유아의 의도적 통제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된 연령과 가계의 소득 간의 상관관계를 확인하였다.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는 Table 3에 제시하였다. 다음으로 독립변인들 간의 다중공선성을 확인한 결과 공차한계는 남아의 경우 .918, VIF 값은 1.090, 여아의 경우 .930, VIF 값은 1.075로 나타나 다중공선성 상에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Table 3
Variables | 1 | 2 | 3 | 4 | 5 | 6 |
---|---|---|---|---|---|---|
1. Age | – | −.28 | .04 | .08 | .00 | −.05 |
2. Income | −.09 | – | −.22∗∗ | .15 | −.18 | −.16 |
3. Marital conflict | −.03 | .07 | – | −.26∗∗ | .15 | .16 |
4. Preschooler's effortful control | .04 | .09 | −.29∗∗∗ | – | −.13 | −.05 |
5. Preschooler's external problem behaviors | −.05 | −.04 | .47∗∗∗ | −.40∗∗∗ | – | .64∗∗∗ |
6. Preschooler's internal problem behaviors | −.02 | −.07 | −.33∗∗∗ | −.23∗∗∗ | .71∗∗∗ | – |
부부갈등이 남아의 문제행동 미치는 영향과 의도적 통제의 조절효과
다음으로 부부갈등이 남아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유아의 의도적 통제의 조절효과를 밝히기 위해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Table 4). 그 결과, 외현화 문 제행동의 경우 부부갈등, 남아의 의도적 통제와 상호작용항을 투입한 모형(F = 23.37, p < .001)에서 부부갈등의 효과 (β = .42,p < .001)와 상호작용항의 조절효과가 유의하였다(β = −.03, p < .001). 평균값을 중심으로 평균 보다 1 SD 높은 집단과 평균집단, 1 SD 낮은 집단의 회귀계수를 확인한 결과, 의도적 통제가 높은 남아 집단의 경우 부부갈등이 남아의 외현화 문제행 동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지 않았으며(β = .13, ns), 의도적 통제가 평균인 집단의 경우 부부갈등이 남아의 외현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였다(β = .42, p < .001). 또한 의도적 통제가 낮은 남아 집단의 경우에도 부부갈등이 남아의 외현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였다(β = .70, p < .001). 효과 크기를 비교해 보았을 때 의도적 통제가 낮은 남아집단에서 부부갈등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Johnson-Meyman 유 의도를 확인한 결과 의도적 통제 점수 M = 69.11 (문항평균 M = 5.75) 이하의 남아에게서 부부갈등이 외현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였으며, 이러한 남아는 전체 남아의 81%에 해당하였다. 다음으로 부부갈등이 남아의 외현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의도적 통제의 수준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부부갈등과 의도적 통제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상, 중, 하 집단을 구분하고 회귀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남아의 외현화 문제행동의 추정치를 산출하여 도식화하였다(Figure 1).
Table 4
Variables |
Boy's problem behaviors |
|||
---|---|---|---|---|
External problem behaviors |
Internal problem behaviors |
|||
β | t | β | t | |
Marital conflict (a) | .42 | 5.04∗∗∗ | .30 | 3.17∗∗ |
Boy's effortful control (b) | −.15 | −2.58∗∗ | −.07 | −1.05 |
a × b | −.03 | −4.73∗∗∗ | −.02 | −2.30∗ |
R2 | .41 | .16 | ||
△R2 | .12∗∗∗ | .04∗ | ||
F | 22.37∗∗∗ | 5.30∗ |
내재화 문제행동의 경우, 부부갈등, 남아의 의도적 통제와 상호작용항을 투입한 모형(F = 5.30, p < .05)에서 부부갈등의 효과 (β = .30, p < .001)와 상호작용항의 조절효과는 유의하였다(β = −.02, p < .05). 평균값을 중심으로 평균 보다 1 SD 높은 집단과 평균집단, 1 SD 낮은 집단의 회귀계수를 확인한 결과, 의도적 통제가 높은 남아 집단에서는 부부갈등이 남아의 내재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지 않았으나(β = .14, ns), 의도적 통제가 평균인 집단의 경우 부부갈등이 남아의 내재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였다(β = .29, p < .01). 또한 의도적 통제가 낮은 남아 집단의 경우에도 부부갈등이 남아의 내재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였다(β = .45, p < .001). 효과크기를 비교해 보았을 때 의도적 통제가 낮은 남아집단에서 부부갈등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Johnson-Meyman 유의도를 확인한 결과 의도적 통제 점수 M = 67.45 (문항평균 M = 5.62)이하의 남아에게서 부부갈등이 내재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였으며, 이러한 아동은 전체 남아의 77%에 해당하였다. 부부갈등이 남아의 내재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의도적 통제의 수준에 따라 어떻게 다른 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부부갈등과 의도적 통제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상, 중, 하 집단을 구분하고 남아의 내재화 문제행동의 추정치하여 도식화한 결과는 Figure 2와 같다.
부부갈등이 여아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의도적 통제의 조절효과
부부갈등이 여아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유아의 의도적 통제의 역할을 밝히기 위해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Table 5). 먼저, 외현화 문제행동의 경우, 부부갈등, 여아의 의도적 통제와 상호작용항을 투입한 모형(F = .95, ns)에서 부부갈등의 효과(β = .11, ns)와 상호작용항의 조절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β = −.01, ns). 내재화 문제행동의 경우, 부부갈등, 여아의 의도적 통제와 상호작용항을 투입한 모형 (F = 4.21, p < .05)에서 부부갈등의 효과는 유의하지 않았으나(β = .17, ns)와 상호작용항의 조절효과(β = −.03, p < .05)가 유의하였다. 평균값을 중심으로 평균 보다 1 SD 높은 집단과 평균집단, 1 SD 낮은 집단의 회귀계수를 확인한 결과, 의도적 통제가 높은 여아 집단의 경우 부부갈등이 여아의 내재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지 않았으며(β = −.05, ns), 의도 적 통제가 평균인 집단의 경우에도 부부갈등이 여아의 내재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지 않았다(β = .16, ns). 의도적 통제가 낮은 여아 집단의 경우에는 부부갈등이 여아의 내재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였다(β = .39, p < .01). Johnson-Meyman 유의도를 확인한 결과 의도적 통제 점수 M = 62.88 (문항평균 M = 5.24)이하의 여아에게서 부부갈등이 내재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였으며, 이러한 여아는 전체 여아의 39%에 해당하였다. 부부갈등과 의도적 통제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상, 중, 하 집단을 구분하여 여아의 내재화 문제행동의 추정치를 도식화한 결과는 Figure 3과 같다.
Discussion
본 연구는 어머니가 지각한 부부갈등이 남녀 유아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이 과정에서 유아의 의도적 통제가 조절역할을 하는가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문제에 맞추어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부부갈등이 유아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남아의 경우 부부갈등은 내재화 및 외현화 문제행동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갈등이 높을수록 남아의 문제행동이 많았는데 이는 부부관계의 질적 특성이 아동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많은 고찰과 일치한다(Choe, Olson, & Sameroff, 2013; Olson et al., 2005). 이러한 결과는 유아의 심리사회적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부모환경의 가치를 확인해주며, 부부관계나 양육행동에 대한 적극적 개입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부부갈등의 영향력이 여아보다 남아에게서 두드러졌던 결과는 부모요인으로 인한 유아의 외현화 문제행동 발생이 남아에게서 더 많았던 연구들을(Olson et al., 2005; Rothbaum & Weisz, 1994) 지지한다. 남아가 초기 양육행동의 부정적 자극과 상황에 여아보다 더 민감하고 부적응적으로 반응한다는 연구결과(Calvete & Orue, 2012; Shaw et al., 1998) 등에 비추어 보면, 남아는 부정적 자극과의 접촉 시 보다 강한 흡인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즉 남아는 부모의 양육행동뿐 아니라 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부관계, 가족관계, 가족경제상황 여부가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는 생태학적 환경에서 적소선택(niche picking)의 효과를 받기 쉽다고 조심스럽게 추론해볼 수 있다. 즉 남아가 부모요인을 포함 위험이 내포된 상황적 요인에 여아보다 더 취약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부부갈등은 남아의 내재화 문제행동보다 외현화 문 제행동에 미치는 효과가 더 컸으며, 여아의 문제행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문제행동의 발생양상에 대한 성별 차이 때문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성차를 고려한 연구들은 대체로 남아의 경우 외현화 문제행동을, 여아의 경우 내재화 문제행동을 더 많이 보이는 것으로 보고한다(Keenan & Shaw, 1997; Kochanska et al., 2000; Moon, 2010; Olson et al., 2005). Keenan과 Shaw (1997) 연구에서는 4세 이전에는 유아의 문제행동에서 성차가 드러나지 않다가 이 시기를 지나면서 남아가 외현화 문제행동을 많이 보였는데, 이와 같은 결과를 발달적 경향성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여아는 남아에 비해 의사소통기술의 발달이 빨라 더 쉽게 사회화되며 이로 인해 자신의 정서행동적 비조절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남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남아와 달리 타인과의 갈등 시 공격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할 의도적 통제의 발달적 경향성에 근거하여 해석해 볼 수 있다. 문제행동의 발생에 관여하는 의도적 통제의 발달은 여아에게 더욱 빠르게 진행되며 이런 차이는 어려서부터 나타나 연령증가와 상관없이 지속된다(Kochanska et al., 2000; Lemery-Chalfant, Doelger, & Goldsmith, 2008). 이러한 특성은 환경적 영향뿐 아니라 타고난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본 연구대상 유아의 경우도 환경적 영향을 조절하는 의도적 통제의 발달이 여아에게서 보다 빠르게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즉 여아의 경우 부부갈등이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의도적 통제가 적절히 억제하고 있으나 남아의 경우 그렇지 못하여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남아와 달리 여아는 부부갈등의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사료된다.
둘째, 부부갈등이 남아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내재화 및 외현화 문제행동에 대한 의도적 통제의 조절효과가 나타났다. 먼저 부부갈등은 남아의 외현화 문제행동을 증가시키며 이 때 의도적 통제수준이 낮을수록 영향력이 더 커졌다. 이러한 결과는 의도적 통제가 아동의 적응에 중요할 뿐 아니라 위험요소가 초래하는 부정적 효과의 완충제로 작동한다는 연구결과(Lengua, 2009; Lengua et al., 2008)와 맥을 같이하며, 성차를 통제했을 때 어머니의 우울 혹은 환경적 위험에 대해 유아의 의도적 통제가 조절역할을 한다는 선행연구와도 같은 의미를 갖는다(H. Kim & Song, 2017; Lengua et al., 2008).
또한 남아의 경우 외현화 문제행동에 대한 의도적 통제의 조절효과가 명확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외현화 문제행동의 발 현율이 높은 남아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이해된다. 또래 및 교사와의 상호작용이 늘어나는 유아기 특성에 근거해 볼 때, 외현화 문제행동이 사회적 관계 안에서 타자의 거부반응과 부정적 파급효과를 만들어냄에 따라 유아가 자신의 충동성을 조절해야 하는 의도적 통제의 역할이 외현화 문제행동에서 명확하게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외현화 행동과 비교해 내재화 행동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비교적 상대에 대한 적대적 행동이 나타나지 않고 타인의 거부적 반응을 덜 야기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주의와 행동을 통제하는 의도적 통제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은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또한 집단을 나누어 분석해 보았을 때 평균보다 의도적 통제수준이 높은 경우에는 부부갈등이 남아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평균이나 평균 이하의 의도적 통제능력을 갖춘 남아에게는 부부갈등이 문제행동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남아들이 77%∼81%에 해당하였다. 이런 결과는 부부간 갈등상황에 노출될 경우 의도적 통제능력이 매우 높지 않는 한, 적절한 의도적 통제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남아는 부정적 자극과의 접촉 시 부정적 영향을 받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아의 경우 의도적 통제수준이 높지 않은 이상 부부갈등이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다음의 가능성에 근거해 해석해 볼 수 있다. 먼저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남아가 초기 양육행동의 나쁜 부정적 결과에 여아보다 더 민감하기 때문일 수 있다. 남아는 부정적 상황에서 여아보다 더 거칠고 예민하기에(Calvete & Orue, 2012), 부부갈등과 같은 환경적 위험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유사한 맥락에서 동일한 부정적 상황에 처하더라도 남아는 여아에 비해 분노를 더 경험하고 강력한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어서(Calvete & Orue, 2012), 부정정서가 문제행동을 일으킬 시 자발적 주의조절이나 행동조절 시도가 문제행동을 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기능하지 못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뿐만 아니라 의도적 통제의 발달이 여아에게서 더욱 빠르게 이루어짐을(Lemery-Chalfant et al., 2008; Kochanska et al., 2000) 생각할 때, 남아는 부부갈등이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할 만큼 의도적 통제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비추어 의도적 통제가 충분히 발달되지 못한 남아의 문제행동의 예방을 위해서는 가정 내 부부갈등에 초점을 둔 중재가 필요하며, 의도적 통제를 포함해 자기통제력과 개인역량을 발전시키고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여 부부갈등이 문제행동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조절하기 위한 중재의 방향을 선정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외국에 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의도적 통제를 통제하는 훈련이 포함된 교육프로그램인 Promoting Alternative Thinking Strategies (PATHS)를 교사가 일주일에 2회 이상 20-30분씩 실시한 결과, 정서조절 능력과 부정적 단서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감소하였고 공격성이 줄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Crean & Johnson, 2013). 국내에서도 의도적 통제에 초점을 두지는 않았지만 J. Park과 Song (2010, 2011)이 유치원 교육과정에 기초하여 메타인지 전략증진에 초점을 둔 인지 및 정서조절 능력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시하여, 이에 따른 외현적 공격성의 감소를 보고하였다. 그러므로 유아 대상 의도적 통제 중심의 중재프로그램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며, 문제행동을 보이는 남아를 위해 유아교육기관과 상담기관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의 적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셋째, 부부갈등이 여아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내재화 문제행동에만 의도적 통제의 조절효과가 약하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의도적 통제능력이 평균보다 낮은 여아의 경우에만 부부갈등이 내재화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남아에게서 부모의 양육환경, 의도적 통제, 외현화 문제행동 간의 관계가 더욱 뚜렷이 나타난 반면 여아에게는 일관적이지 않았다고 보고한 연구들(Chang et al., 2011; Karreman et al., 2009)과 유사하다. 본 연구결과는 다음에 근거하여 해석해 볼 수 있다. 남아의 경우 외현화 행동의 발현과 억제에 개인내적 조절능력인 의도적 통제능력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만, 여아의 경우 사회적 기술이 외현화 문제행동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J. H. Kim & Kim, 2017), 여아는 타인의 정서를 잘 지각하고 이해하며 사회적 유능성이 높아, 궁극적으로 외현화 행동 발현이 낮을 수 있다고 한다(Lindsey & Colwell, 2003). 이는 남녀유아에 대한 부모의 양육사회화 양식이 서로 다름에 기인한 것일 수 있는데, Keenan과 Shaw (1997)은 4세 이후 유아의 경우 부모는 남아의 부정적 정서와 공격적 행동을 더 수용하는 한편 여아의 외현화 문제행동에는 훈육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으로 여아의 사회적 기술습득을 촉진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여아의 경우 부모의 차별적 양육행동으로 인해 사회적 기술을 더욱 학습하게 되므로, 의도적 통제의 직접영향 보다는 사회적 기술 등의 저하에 따른 간접영향으로 외현화 문제행동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어, 여아의 외현화 문제행동 발현에 대한 의도적 통제의 조절역할은 다소 한정적일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연유로 본 연구에서는 여아의 외현화 문제행동의 발생에 대해서 의도적 통제의 조절효과가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아의 내재화 문제행동에 관해서만 의도적 통제의 조절효과가 미약하게 발생한 것은 앞서 언급한 여아의 문제행동 발생양상의 성별차이에 근거한 것으로 판단된다. 가정환경으로 인한 문제행동의 발현에서 남아는 환경적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행동화(acting out) 경향을 보이는 반면, 여아는 우울, 불안 등의 부정적 정서를 내부적으로 표출하는 경향이 강하다(Keenan & Shaw, 1997). 따라서 여아는 가족 내 부부갈등을 경험할 경우 우울, 불안 등의 내재화 문제행동에 더욱 민감하여 정서적 안정감이 약화될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의도적 통제능력이 잘 발달되지 못한 여아가 주의를 전환하거나 해야 하는 일에서 과제나 놀이 등에 주의집중함으로써 내면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하나 그렇지 못하기에 내재화 문제행동에 더욱 취약해 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여아의 발달적 경향성과 관련해 여아는 주의를 조직하고 유지하며 만족과 억제적 충동반응을 지연시키는 데 더 유능해(Kochanska et al., 2000), 남아에 비해 의도적 통제가 더 잘 기능하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부부갈등이 여아의 우울, 불안 등의 정서를 촉발할 때 의도적 통제수준이 평균보다 낮은 경우에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술발달과 관련해 여아의 경우 내재화 문제행동 역시 의도적 통제의 직접영향 보다는 사회적 기술에 따른 간접영향을 받고 있으므로(J. H. Kim & Kim, 2017), 의도적 통제능력이 낮은 여아는 부부갈등으로 인해 정서적 안정이 견고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회적 기술발달 저하에 따른 대인갈등을 더욱 경험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부정적 정서성이 더 높아지고 우울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사료된다. 그러나 부부갈등의 효과가 유효했던 여아의 의도적 통제 점수가 남아의 점수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결과에 비추어 볼 때, 여아의 내재화 문제행동의 예방을 위해서 가정 내 부부갈등에 초점을 둔 중재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이와 더불어 의도적 통제를 포함해 자기통제력과 개인역량을 발전시키고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중재의 방향을 선정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의도적 통제의 조절효과의 크기를 문제행동의 유형 별로 비교해 보았을 때, 남아의 경우 특히 외현화 문제행동에 대한 의도적 통제의 조절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내재화 문제행동에 대한 조절효과는 미약하였으며, 여아의 경우에도 내재화 문제행동에만 미약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비추어 유아의 내재화 문제행동의 발현에는 의도적 통제 외 내재화 문제행동과 직접 연관이 있는 다른 기질적 요인의 존재를 가정하며, 이러한 요인이 내재화 문제행동 유발과 관련이 더 깊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정적 정서, 충동성, 좌절에 대한 낮은 인내력과 같은 부적응적 특성이 생물학적, 유전적 특성이 크다는 입장(Raine, 1997)을 고려할 때 불안, 위 축, 억제 등 내재화 문제행동으로 나타나는 특성들은 그 자체로 매우 강력하고도 일관적인 생물학적 차원의 특성으로, 특정 상황에서 의식적으로 주의와 행동을 통제하는 의도적 통제의 효과가 미약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내재화 문제행동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의도적 통제뿐 아니라 내재화 문제행동을 야기시키는 제 3의 변인의 역할, 가령 앞에서 언급한 강한 생물학적 특성의 역할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종합해 보면, 본 연구에서는 부부갈등이 유아의 내재화 및 외현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밝혔고, 성별에 따라 그 관계 양상이 다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경미한 수준의 문제행동이 나타나는 다수의 정상범주 유아에게서 여전히 부모요인과 가족환경의 영향력이 크기에 중재와 개입은 매우 중요하다. 걸음마기 유아의 자기통제가 아동청소년기 정신병리의 예측인자로 나타나거나(Spinrad, Eisenberg, & Gaertner, 2007), 영아기 후반부터 시작돼 만 3세 전후에 급속히 발현하는 의도적 통제가 다른 기질요인과 비교해 이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됨을 고려할 때(Kochanska & Knaack, 2003), 유아기 의도적 통제발달의 촉진과 이후 발달에서 의도적 통제를 강화하고 이와 더불어 환경효과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결과에 비추어 특히 남아의 경우 부부갈등의 수준을 낮추는 등 부정적 부모요인을 통제하고 바람직한 사회환경적 영향력을 높이는 쪽으로 개입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즉, 남아의 특성과 부모 간 조화적합성(goodness of fit)에 입각한 실질적 부모교육을 통해 부부관계의 갈등감소와 관계개선 등 가족 요인의 부정적 영향을 최대한 차단할 뿐 아니라, 다양한 위험요인을 파악하여 발현을 예방하고 중재하는 접근의 모색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가정 밖 유아교육기관과 또래관계 등에 있어서도 부적절한 환경을 면밀히 분석하여 예방 프로그램을 고안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의도적 통제가 부부갈등의 부정적 효과를 조절한 것을 고려해 남아의 다차원적 내적 역량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의도적 통제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인접 변인들, 가령 남아의 사고체계와 행동특성을 반영한 인지행동전략, 정서조절전략 등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의 적용은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발달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된다. 여아의 경우 발달적 성숙과 사회적 기술습득이 빠를 뿐 아니라 이미 유아기에 남아보다 타인에게 더 공감적이고 표현적이며 부모를 포함한 대인관계에서 사회화되기 쉽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적절한 심리환경적 개입은 의도적 통제뿐 아니라 전반적 발달 모두에서 바람직한 발달노선을 그려줄 것이다. 또한 여아의 내재화 문제행동에서 취약성과 조절효과가 나타난 것을 생각할 때, 내재화 문제와 관련이 깊다고 판단되는 기질특성을 파악하여 이것이 의도적 통제 및 부모요인의 개입과 상호작용에서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가를 분석하여 내재화 문제행동에 대한 적절한 중재를 고민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점, 후속연구에 대한 제안과 함께 의의를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본 연구에서 부부갈등, 의도적 통제, 유아의 문제행동은 어머니의 응답에 근거하여 측정되었으므로 점수가 편향되었을 수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기질 측정의 하위변인의 질문지를 통해 어머니 응답으로 유아의 의도적 통제를 측정하여 실제 실험을 통해 유아의 의도적 통제 능력을 직접 측정하지는 못하였다. 추후에는 부모, 교사 측정 등 여러 응답자로부터 변인들을 측정함으로써 점수의 편향을 줄이고 다양한 실험과 검사를 통해 의도적 통제를 세밀히 측정하여 관련 변인들 간의 관계를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겠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성별로 구분하여 부부갈등의 영향과 의도적 통제의 조절효과를 분석하였으나, 성별 차이의 유의성 정도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지 못하였다. 성의 조절효과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서 추후에는 성을 조절변인으로 한 다집단 분석을 통하여 통계적 유의성 정도를 분석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또한 누적적 위험모델에 의하면 여러 위험요인들의 누적이 아동의 다양한 문제행동 발생과 관련 있음이 입증되고(Sameroff, Seifer, Barocas, Zax, & Greenspan, 1987) 있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가족맥락과 누적적 만성적 위험요인들의 경로와 성별 차이 등을 생각하여 유아 초기와 후기에 걸친 문제행동의 발현과 변화, 의도적 통제의 변화, 그리고 이와 관련된 가족변인들을 같이 살펴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이전과 달리 점차적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아동양육과 교육에서 획일적인 성차기반 접근보다는 개인내적 차이를 중요시하는 추세이다. 이런 맥락에서 걸음마기와 유아기에 걸친 종단연구에서 외현화 행동의 발현에 성은 외현화 행동의 예측인자가 아닐뿐더러 큰 조절효과를 만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Smith와 Day (2018)의 연구는 하나의 생각거리를 제시한다. 또한 Greenspan (1992)은 영유아가 생리와 행동상태, 감각반응을 조직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조절장애가 생물학적으로 취약한 근거가 있다고 하였다. 조절장애가 주의, 정서 및 행동조절과 관련된 장애의 표식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생물학적 기원을 갖고 있는 다양한 문제행동에서 의도적 통제의 조절효과가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봄직 하다. 이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는 문제행동의 발현에 가정환경의 효과를 조절하는 의도적 통제의 역할을 확 인하였고, 특히 성에 따라 중재의 방향성을 구분하여 본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