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가정 아동의 분리경험과 애착양상
North Korean Refugee Children’s Separation Experiences and Level of Attachment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Objective:
Taking note of the fact that North Korean refugee children experience frequent separation from their mothers and long-term maternal deprivation during their childhood, this study examined the relationship between children’s separation experiences and attachment.
Methods:
A total of 37 children aged from 5 to 9 were assessed on their attachment using the Separation Anxiety Test, and their mothers reported on their child’s separation experiences.
Results and Conclusion:
The major findings of this study were as follows: first, the result of evaluating their attachment pattern showed North Korean refugee children had a high level of insecure attachment with a high tendency for avoidant attachment. This avoidant attachment tendency is probably due to growing up in a repressed emotional environment by frequently experiencing maternal separation in North Korea, China, and even after settling down in South Korea. Second, children’s secure attachment level was higher if they did not experience separation from their mother, if their mother had a high level of education in South Korea, or if they lived with a big family.
서론
북한이탈주민들이 가족단위로 탈북하거나 어머니가 먼저 입국한 후 자녀를 연계 입국시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의 여성 비율이 점차 높아져 2015년(잠정) 기준 80%에 달하며(Ministry of Unification, 2016), 가임기 여성의 비율이 높아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하에 그동안 북한이탈여성의 적응과 부부관계에 집중되어왔던 북한이탈가정 관련 연구의 관심을 그들의 자녀인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적응과 발달에 Article기울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또한 북한이탈주민 가정의 아동을 지칭하는 용어로 북한이탈가정 아동을 사용한다. 북한이탈가정 아동은 북한이탈주민의 자녀로 “부모 중에 한 사람 이상이 북한이탈주민이고 북한, 중국 등 제3국과 남한에서 출생한 아동”으로 정의된다.
북한이탈가정 아동은 탈북과정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이별한다. 아동들은 일부 가족만의 탈북, 중국에서 어머니의 강제송환이나 가출, 입국 시 중국에 있는 아버지와의 이별 등으로 가족의 해체를 경험한다(Kang, 2010; Korean Peninsula Reconciliation Center [KPRC], 2008). 북한이탈여성들은 북한에서 탈북 이전부터 생계마련을 위해 집을 떠나 자녀와의 이별 기간도 길고, 이별도 갑작스럽게 이루어진다. 열악한 북한 사정 때문에 자녀들은 여러 친척집을 전전하며 보살핌을 받은 경우가 잦고, 힘든 가정형편 때문에 양육가정으로부터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Cho, 2012). 또한 어머니 상실 가정 아동을 중심으로 중국 내 탈북 여성 2세의 가정환경을 조사한 보고서(KPRC, 2008)에 따르면 북한 여성과 중국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아동들이 중국 정부의 단속으로 어머니가 강제 송환되거나, 단속을 두려워한 어머니의 가출 때문에 어머니와 강제적인 이별을 경험하고 있다.
한편 남한에 입국한 북한이탈여성들의 경우 북한과 중국에 두고 온 자녀와 가족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의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취업이나 이혼 등 자녀를 돌볼 여력이 없어 자녀를 친인척에게 맡기거나 기숙형 대안학교에 보내기도 한다. 이와 같이 북한이탈가정 아동은 북한에서, 중국에서, 그리고 탈북과정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남한에서 다양한 원인과 방법으로 어머니와 분리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서의 분리는 아동이 막연히 장시간 어머니를 기다려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있다. 중국에서의 분리는 어머니가 돌아오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위기감이 긴장감을 더해 심리적 부담이 컸을 것이다. 남한에서의 분리는 어머니의 귀가를 믿고 기다리며 재회시기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심리적 부담감은 상대적으로 적었을 수 있다. 심리적 부담의 차이는 있더라도 어린 아동에게 어머니와의 분리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생애초기에 경험한 이러한 역경들로 인해 북한이탈가정 아동은 유아기의 가장 중요한 발달과업인 어머니와의 안정적인 애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애착은 인간의 사회정서적 행동을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적 개념이다. 아동과 양육자간에 형성되는 애정적인 결속이나 정서적인 유대관계로 생의 초기에 형성되는 애착은 개인의 전 생애에 걸쳐 지속되며 이후의 성장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Bowlby, 1973). 아동은 자신을 지지해주고 요구에 민감하게 대해주는 주양육자와 안정적 애착을 형성하며 애착 대상에 대해 안정적인 실행 모델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은 내적 작동 모델은 부모와의 상호작용 경험이 자신과 타인을 인식하는 토대가 되므로 유아기에 형성된 부모와의 불안정한 애착은 타인에 대한 부정적 모델을 형성하게 되고 이는 아동기의 정서와 행동 문제로 이어지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탈북가정 아동의 적응양상이나 겪고 있는 문제점들을 더욱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표면적인 문제행동의 이면에 있는 정서적인 행동의 기제가 되는 애착을 통해 구체적인 발달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북한이탈어머니와 자녀의 애착에 관련한 연구가 매우 드문 실정이다. 이는 현재까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연구와 지원이 주로 성인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북한이탈아동의 경우에도 적응문제와 표출된 문제행동 위주로 다루어졌기 때문이다.
애착이론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녀가 그들의 양육자와 애착을 형성하기 위해 함께 있고 상호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Bowlby는 그들의 어머니로부터 분리를 경험했던 아동들의 안녕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Kobak & Madsen, 2008). 그의 초기 연구는 일주일의 짧은 기간의 분리가 어머니와 자녀 사이의 관계의 질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증명하였다(Bowlby, 1969, 1982). 아동에게 공포를 유발하는 2개의 뚜렷한 자극은 위험단서의 존재(presence)와 애착대상의 부재(absence)로 아동의 위험단서로부터의 도피와 애착대상으로의 도피는 아동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안정감을 향상시키는 행동체계로 보았다(Bowlby, 1973). 부모상실과 같은 애착대상의 부재는 아동이 애착대상에 대한 더 이상의 근접과 접촉추구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함으로 인해 아동에게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경우 탈북과정 및 중국에서 느낄 수 있는 위기와 불안감, 이주민 가정으로서 남한에서의 정착과정에서 느끼는 피로감과 스트레스 등 생존이 위협받는 유발자극과 위험단서가 존재할 수 있으며 이 때 애착대상의 부재는 아동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어 아동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동이 발달하는 동안 양육자와의 분리는 어떤 시기에 일어나더라도 심리적 어려움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어린 시기의 상실은 돌봄의 상실 이외에도 결과적으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게 한다. 즉 기억을 상실한 아동은 슬퍼할 기회를 갖지 못하며 자라면서 어머니에 대한 회상이 불가능한 상태로 연결되는데, 이 때 적절한 대리양육의 부재가 동반되는 경우 병리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Harris & Bifulco, 1991).
북한이탈가정 아동이 탈북과정과 중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분리의 경우 좀 더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난민아동의 연구를 보면, 분리를 경험한 아동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며 분리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거나 무력감과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Fox, Cowell, & Johnson, 1994). 혼자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을 받거나 혹은 배신감과 속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Yi, Kim, & Chin, 2009). 또한 북한이탈어머니들의 경우 가족의 안전을 위해 자녀와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갑작스럽게 집을 떠나게 됨으로 인해 아동들은 모호한 상실감(ambiguous loss; Boss, 2007)을 겪을 수 있다. 모호한 상실감은 사랑하는 가족이 실존하지만 심리적으로 가용한 상태가 아니거나 혹은 물리적으로는 부재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슬픔을 해결하는데 있어 복잡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Suårez-Orozco, Todorova, & Louie, 2002).
즉 이러한 상태는 자녀로 하여금 상실에 대해 충분한 애도 작업을 할 수 없게 하며 슬픔, 죄책감, 분노와 같은 감정을 연장시킨다. 그러므로 이는 아동이 부모의 사망이라는 사실을 알고 본격적인 애도과정을 거치는 것보다 상실 극복에 있어 더욱 힘들고 불리하다. 또한 아동이 어머니를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와 관계에 대한 기억들은 때때로 이상화되거나, 죄책감, 신뢰에 대한 의심, 유기에 대한 공포심으로 인해 재구성된다. 이러한 재구성 과정은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 관계를 계속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혹은 반대로 자립적이 되거나 외로움을 참기 위한 필요에 의해 일어나기도 한다(Rousseau, Rufagari, Bagilishya, & Measham, 2004).
한편 Ainsworth, Blehar, Waters, 그리고 Wall (1978)은 각 애착 패턴이 정서를 규제하고 표현하는 전략이라고 보았다. 안정형 유아는 보호와 위안의 욕구를 자유롭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며, 회피형 애착 유형의 유아는 애착 욕구의 표현을 제한하고, 혼란형 애착 유형의 유아는 애착 욕구를 과장하는 것으로 묘사될 수 있다. Harwood, Miller, 그리고 Irizarry (1997)에 따르면 회피적 애착 유형의 아동들은 부모로부터 분리될 때 명백한 고통의 표시를 보이지 않으며. 재결합 시, 그들의 양육자를 무시하거나 회피한다. 그들은 고통과 불안의 시간에 애착행동이 위로와 안정감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배워왔으므로 스스로 불안을 처리하는 방법들을 개발해야만 했다. 그렇게 정서적으로 독립적인 전략을 선호하게 되고, 결국 감정들은 억압된다. 사랑과 애정에 대한 욕구는 오직 거절을 불러오는 것과 같으므로, 차라리 그것 없이 사는 것이 더 좋다고 여기는 것이다(Howe, 1996).
이러한 회피적 애착은 단절적이고 불안정한 양육경험으로부터 나타날 수 있는데 시설보호 아동의 애착을 측정한 연구에서 불안정애착 유형 중에서 회피형이 많이 나타났다. 즉시 설 보호 아동들이 친밀감이 거부와 상처를 가져오지 않을까 계속 불안해하며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하는 것보다 거절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관계에서 도망치게 되며 이로 인해 타인에 대해 신뢰를 발달시킬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Jung, 2004).
혼란형 애착유형 아동의 경우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행동이 일관적이지 않고, 행동의 목표 역시 분명하지 않다(Main & Solomon, 1990). 또한 혼란형 애착유형은 학대 받은 유아와 우울증 어머니들의 사례에서 높은 빈도로 발생하며(Lyons-Ruth, 1996), 저위험 사례에서는 애착과 관련한 상실 또는 미해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부모의 경험과 관련이 있다(Main & Hesse, 1990).
부모와의 분리경험과 애착과의 관계에 대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모성실조로 인한 부모상실(Bowlby, 1969), 부모로부터의 일시적 격리(Kim & Kwon, 2004), 이민자가정의 연계입국으로 인한 가족분리(Suårez-Orozco et al., 2002), 아동위탁기관에서의 분리(Kim, Lee, Park, Lee, & Jin, 2008) 등의 주제로 구분된다. 연구의 결과를 살펴보면, 위탁아동이 일반아동보다 불안정애착유형이 높았으며, 특히 애착 하위 유형 중 비조직(혼란) 애착유형의 비율이 높았다(Kim et al., 2008). 장기간의 분리에 해당하는 부모와 별거하는 중국 조선족 아동의 경우 대리양육자와의 적절한 관계형성이 부모와의 관계부재를 보충해주었다(Cho & Lee, 2006). 부모로부터의 일시적 격리의 경우 6세 이전에 부모와 분리를 경험한 아동의 부모의존성이 낮았다. 이 경우 분리경험 유무에 대한 조작적 정의를 하루에 8시간 이상 어머니가 돌보지 못한 경우로 설정하여 주로 취업모의 사례가 다루어졌다(Kim & Kwon, 2004). 이러한 선행연구는 부모로부터의 분리와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애착과의 관계에 있어 다양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지만, 북한이탈가정 아동이 이주민 혹은 난민으로서의 경험할 수 있는 환경적 특성을 고려할 때 선행연구에서 다룬 분리경험과는 질적, 양적인 차이가 있을 것으로 유추된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부모와의 분리는 애착에 대체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에 동의하지만, 분리경험에서의 구체적인 분리연령, 분리기간, 대리양육자의 양육의 질, 시설 보호여부와 현재 부모와의 접촉빈도 등 분리환경에 따라 아동의 애착발달에서의 결과에 다양한 개인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과연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경우 부모와의 분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며 이러한 분리 경험은 아동의 애착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 연구에서는 북한이탈가정 아동이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환경과 맥락 속에서, 아동의 애착유형의 분포는 어떠한지, 실제적인 발화내용을 토대로 애착 양상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고 아동의 애착유형에 따른 분리경험과 사회인구학적 변인에 차이가 있는지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수집되는 아동의 자기보고식 자료는 북한이탈가정 아동을 이해하는데 실질적인 근거자료로 제시될 수 있어 통일시대를 살아갈 탈북가정 아동들이 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방안과 관련하여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도출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1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애착양상은 어떠한가?
1-1.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애착유형별 분포는 어떠한가?
1-2.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부모분리자극에 대한 정서반응 특성은 어떠한가?
연구문제 2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애착유형은 분리경험 유무와 사회인구학적 변인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있는가?
연구문제 1-1과 연구문제 2에서는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애착유형에 대한 정량적 자료가 부족한 현 시점에서 애착유형분포 및 애착유형별 각 변인 간 차이가 제시되어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애착유형 실태를 보여준다. 연구문제 1-2에서는 아동의 직접적 발화내용을 근거로 한 부모분리반응에 대한 정서반응 특성을 담은 발화예시가 제시되는데, 독특한 경험들과 위기적 사건들을 통해 나타날 수 있는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애착양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애착에 대한 통찰과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
이 연구에서는 서울, 대전, 대구 지역의 복지관 및 북한이탈주민 관련기관의 협조를 받아 눈덩이 표집을 통해 북한이탈가정의 만 5-9세 아동과 그들의 어머니를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이 시기에는 어머니에 대한 애착행동이 관찰 가능한 행동 양식으로 나타나며 분리불안검사에서 애착대상으로부터의 분리로 야기되는 자신의 생각과 정서를 구두로 표현할 수 있어 연구 대상으로 적합하였다. 아동 42명과 그 어머니 42명, 총 84명이 이 조사에 참여하였다. 아동 연구 참여자는 남한 출생 아동이 다수를 차지하였으나 남한 이외의 곳에서 출생한 아동을 포함하여야 하는 경우, 어머니와의 사전면담을 통해 만 2세 이상의 영아기 이후에 입국하여 감정적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는 아동들에 대해서 전문상담사를 필수로 배치하고 위험요인 분석, 비상사태 시 대처방안을 사전에 강구하였다. 이에 해당하는 아동 수는 8명이었다. 참여아동 42명 중 어휘력검사에서 분류된 2명과 애착검사에서 미분류 유형으로 분류된 3명을 제외한 총 37가정의 자료를 최종분석에 사용하였다.
조사대상자인 북한이탈가정 어머니와 아동의 사회인구학적 특성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연구대상 어머니는 40대(54.1%), 30대(43.2%), 20대(2.7%) 순이었다. 어머니의 탈북시기별로 보면 1996-2000년(40.5%), 2001-2005년(37.8%), 2006-2010년(10.8%), 2011-2015년(10.8%) 순으로 나타나 식량난이 가장 심했던 1996년부터 탈북이 급증했다는 사실과 일치한다(Yi, Cho, Kim, & Chin, 2007). 어머니의 북한 학력은 고등중학교 졸(78.4%), 대학교 졸(16.2%), 인민학교 졸(5.4%) 순으로 나타났고, 남한에서의 학력은 학교를 다니지 않은 경우(70.3%), 4년제 대학교(16.2%), 전문대학교(8.1%), 고등학교(5.4%) 순으로 나타났다. 배우자 국적(아동의 생부)은 북한(48.6%)이 가장 많았으며, 조선족(27%), 남한(18.9%), 한족(5.4%)의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배우자와 동거하는 가정은 67.6%, 배우자와 별거/이혼한 가정은 32.4%로 나타나 한부모 가정의 비율이 약 1/3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연구대상 아동의 사회인구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성별은 남자가 19명(51.4%), 여아가 18명(48.6%)이다. 연령별 분포는 5세(13.5%), 6세(29.7%), 7세(18.9%), 8세(32.4%), 9세(5.4%)이다. 아동의 출생지는 남한(67.6%), 북한(13.5%), 중국(13.5%), 기타(5.4%) 순으로 나타났다. 어머니와 분리경험이 있는 아동이 43.2%를 차지하였으며 56.8%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와의 분리경험은 현재까지 아동이 어머니와 분리된 총 일 수를 합산하여 분리 총 개월 수를 산정한 뒤, 총 분리일수가 한 달 이상인 경우 분리경험이 있는 것으로 하였다. 분리 총 개월 수에서 한 달 미만인 아동의 경우 모두 친지방문, 캠프 등의 목적으로 인한 한시적 체류들이었으며, 분리경험이 있는 아동의 최단 분리기간은 2.5개월, 최장 분리기간은 63개월이었다.
분리를 경험한 16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최초분리 시 아동 연령, 어머니와의 분리기간, 분리 중 대리양육자를 조사하였다. 먼저 최초 분리 시 아동연령은 만 2-3세(43.8%), 만 4-5세(37.5%), 만 6세 이후(18.7%)로 나타났으며, 분리기간은 6개월 이하(18.8%), 7-12개월(12.4%), 13-24개월(18.8%), 25-36개월(31.2%), 37개월 이상(18.8%)으로 조사되었다. 분리 중 대리 양육자는 횟수로 응답하도록 했으며 중복 응답을 허용하였다. 배우자 2회(7.1%), 조부모 3회(10.7%), 친인척 7회(25.05%)이며 기타가 16회(5.2%)로 어머니와 아동의 분리 중에 아동을 돌보던 대리양육자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분리경험이 있는 아동 16명을 대상으로 분리가 일어난 나라별로 분리 상황을 분류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아동 중 여러 차례 분리를 경험한 경우가 있어 각각의 분리경험을 횟수별로 다중응답 처리하여 분류하였다. 남한의 기숙형 대안학교의 그룹홈에서 거주한 경우가 8회(28.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어머니와의 입국 시기 차이로 중국에서 분리된 사례가 5회(17.9%), 남한의 24시간 어린이집에 거주로 분리된 경우가 3회(10.7%)로 나타났다. 남한에서 부모 이혼으로 아버지 댁에서 거주한 경우 2회(7.1%), 남한에서 어머니의 지인 집에서 거주한 경우 2회(7.1%), 남한에서 종교 시설에서 거주한 경우 2회(7.1%)로 조사되었다. 그 이외에 북한의 주유치원을 다닌 경우, 북한에서 친인척 집에서 거주한 경우, 중국에서 기숙형 학교에서 거주한 경우, 남한에서 중국 친인척 집으로 유학 간 사례가 각각 1회(3.6%)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연구대상 북한이탈가정 아동은 북한에서, 중국에서, 남한에서 어머니와의 분리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분리를 경험한 16명 중 7명의 경우는 분리경험 사례가 2-3개로 중복 해당되어 복합적인 분리경험이 있었다. 예를 들어, 34번 아동의 경우 중국 출생이며 유아기에는 어머니와 동거하였지만 어머니가 다시 북한에 들어가게 되면서 친할아버지가 혼자 양육하였다. 학령기가 되면서 중국의 기숙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어머니가 남한에 입국 후 아동을 데려오면서 현재는 기숙형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 35번 아동의 경우 남한 출생이며 유아기에는 24시간 어린이집을 다녔고 학령기가 되면서 기숙형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북한이탈가정 아동들이 북한과 중국 뿐 아니라 남한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어머니와의 분리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2. 연구도구
1) 분리불안검사
분리불안검사(Separation Anxiety Test [SAT])는 반구조화된 투사적 면접법으로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애착과 관련된 아동의 사고와 감정에 접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연구에서는 북한이탈가정의 만 5-9세 아동에게 발달적 문화적으로 적합한 그림자극을 구성하기 위해 12가지 그림에서 시작된 최초의 분리불안검사의 원저자인 Hansburg (1972)의 그림 중 3가지와 Slough와 Greenburg (1990)의 그림 중 3가지를 선택한 뒤 수정하여 사용한 Choi (2014)의 도구를 연구대상 특성에 따라 수정하여 사용하였다.
그림은 선행연구와 동일하게 경미한 분리 상황 3가지와 심각한 분리 상황 3가지로 구성하여 분리 강도에 따른 정서적 반응 변화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면접자는 아동에게 그림을 보여주면서 Table 1과 같이 정해진 이야기 서술 지침에 따라 그림의 배경, 분리 상황, 아동의 상황에 대한 세 개의 문장으로 그림의 내용을 설명 한 후 아동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하였다. 첫 번째 질문은 아동의 정서적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으로 ‘지금 그림 속 아이는 어떤 기분일 것 같니?’이며, 두 번째 질문은 감정의 정당화를 살펴보기 위한 질문으로 ‘이 아이가 왜 그렇게 느낄까?’이다. 세 번째 질문은 아동의 대응 방법을 평가하기 위한 질문으로 ‘이제 이 아이가 무엇을 할 것 같니?’이다. 아동의 응답은 모두 녹음한 뒤 전사하여, 면접 시 태도, 면접 시 받은 인상, 기타 특이사항은 면접 직후 모두 기록하였다.
애착유형의 분류는 개별 아동의 애착을 평가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이 연구에서 사용한 애착분류기준인 Resnick (1993) 코딩 지침은 6세용으로 Kaplan에 의해 개발된 것과 성인애착면접(Adult Attachment Interview)의 평가 절차에 기반하고 있다. Resnick 척도는 11-14세 아동을 대상으로 개발 사용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5세 아동을 대상으로 사전조사를 실시하고 분석을 통해 연구대상 연령인 만 5-9세의 아동들에게도 이 코딩 기준이 적용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Resnick (1993)의 코딩 지침에 따라 각 아동의 응답을 9개의 하위척도에 1-9점으로 점수화하였다. 이 때 6개 분리 상황 각각의 응답 특성을 고려할 뿐 아니라, 경미한 분리에서 심각한 분리로 넘어갈 때의 정서적 반응 변화, 아동의 면접 태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점수를 산출하였다. 9개 하위 척도는 Table 2와 같다.
각 하위척도에 대한 점수를 산출한 뒤, 정서적 개방성, 발화 일관성, 불안(낙관론/비관론), 문제해결력 척도의 점수 분포에 근거하여 먼저 안정애착과 불안정애착으로 구분하였다. 안정 애착은 정서적 개방성 척도에서 6점 이상, 발화일관성 척도에서 6점 이상, 불안(낙관론/비관론) 척도에서 7점 이상 배점되어야 하며, 문제해결력에서 일부 6점에 해당하는 해결책이 발견될 수 있으나 7점 이상의 해결책이 우세한 경우 분류될 수 있다. 불안정애착은 정서적 개방성, 발화일관성, 불안(낙관론/비관론) 척도에서 모두 5점 이하로 배점되어야 하며, 문제해결력에서 일부 7점에 해당하는 해결책이 발견될 수 있으나 6점 이하의 해결책이 우세한 경우 분류될 수 있다.
다음으로 거부/애착의 평가절하, 저항/억제, 감정의 전가, 자기비난, 압도된 분노 척도의 점수 분포에 근거하여 다시 10가지 하위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안정애착은 하위척도별 점수 분포에 따라 5개의 하위 유형(F1, F2, F3, F4, F5)으로 분류되었다. 회피적 애착의 특성이 일부 관찰되는 아동은 거부/폄하, 저항/억제, 감정의 전가 척도의 점수 분포에 따라 F1 혹은 F2로 분류하였다. 양가적 애착의 특성이 일부 관찰되는 아동은 자기비난, 압도된 분노 척도의 점수 분포에 따라 F4 혹은 F5로 분류하였다. 회피적 애착이나 양가적 애착의 특성이 관찰되지 않는 전형적인 안정애착 아동은 F3으로 분류하였다.
불안정애착은 회피적 애착(DS)과 양가적 애착(E)으로 분류하였다. 회피적 애착 아동은 거부/폄하, 저항/억제, 감정의 전가 척도의 점수 분포에 따라 DS1, DS2, DS3 중 하나로 분류하였다. 양가적 애착 아동은 자기 비난, 압도된 분노 척도의 점수 분포에 따라 E1 또는 E2로 분류하였다. 각 유형별 점수 분포는 Table 3과 같다.
분리불안검사를 실시한 40명의 애착유형 분류는 1인의 아동학 박사와 1인의 유아교육전공자에 의해 수행되었다. 각 평가자는 아동의 응답을 먼저 9개의 척도로 점수화하였다. 2인의 평가자가 산출한 척도별 점수의 상관계수(r )는 정서적 개방성 .73, 거부/애착의 평가절하 .81, 자기비난 .83, 저항/억제 .86, 압도된 분노 .89, 감정의 전가 .86, 불안(낙관론/비관론) .82, 발화일관성 .85, 문제해결력 .84로 비교적 높은 상관을 보였다.
1차 애착유형 분류에서 먼저 안정애착과 불안정애착 유형으로 나누어 분류하였고 어느 한명을 통해 안정애착으로 분류된 아동은 중 80%에 해당하는 11명이 일치하였다. 2차 애착유형 분류에서는 1차 분류에서 평가가 일치하지 않은 아동에 대해 애착 유형을 구분하는 하위 항목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확인하고, 나머지 척도들에서 문제되는 점수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안정애착과 불안정애착 아동에 대한 연구자간 의견 일치를 이루었다. 다음으로 안정애착과 불안정애착의 하위유형별 분류를 통해 82%에 해당하는 29명이 일치하였다. 3차 애착유형 분류에서는 2차 하위유형별 분류에서 평가가 일치하지 않은 아동에 대해 회피적 애착(DS) 유형을 결정하는 핵심척도인 거부/폄하, 저항/억제, 감정의 전가 척도와, 양가적 애착(E) 유형을 결정하는 핵심척도인 자기비난, 압도된 분노 척도를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한 척도별 전반적인 점수 분포와 심각한 분리 상황에 대한 아동의 발화 특성을 고려하고, 일부는 녹음 파일을 재생하여 면접 당시 아동의 발화에서 나타나는 비언어적 특성을 고려하여 아동 전원에 대해 연구자간 의견 일치를 이루었다. 이와 같이 분리불안 평가에서 애착유형분류(categorization) 과정별로 평가자간 일치도를 확인하여 신뢰성을 확보하였다.
10개의 하위 유형에 대한 간략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Resnick, 1993). F유형인 안정애착 아동을 선별하는 중요한 특성은 자신의 감정을 개방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유형 안에도 다양성이 존재하여, F1, F2, F3, F4, F5집단으로 범주화된다. 이 중 F2와 F1으로 분류된 아동은 제한적인 감정을 나타내거나 애착을 차치하는 태도를 보인다. 반면 F4와 F5로 분류된 아동은 부모를 향한 분노나 양가적 감정을 나타내거나 의존적이고 매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F1 집단(Some setting aside of attachment)은 애착대상과의 분리로 인한 슬픔, 외로움을 표현하나 응답이 다소 간결하고 정교화된 설명을 하지 않는다. F2집단(Secure but restricted)의 특징은 면접에 저항하는 증거는 없지만 애착대상이나 관계에 대한 폄하가 암묵적으로 나타난다. F3집단(Secure/freely valuing attachment)은 가장 원형에 가까운 안정애착 유형이다. 이 분류에 속하는 아동은 모든 질문에 사려 깊게 응답하고 애착대상을 원하고 그리워하는 감정을 표현하며 부모가 부당한 분리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놀라며 슬퍼하는 반응을 보이나, 분리의 결과에 대해 근본적으로 낙관적인 태도를 보인다. F4집단(Some preoccupation with attachment figure)은 다소 비조직적인 발화 양상을 보이고 애착대상에게 의존적이며 매달리는 경향을 보인다. F5집단(Somewhat resentful/preoccupied)은 다소 비조직적인 발화 양상을 보이며 애착대상에 대한 압도된 분노가 관찰된다.
불안정애착은 회피적 애착인 DS집단과 양가적 애착인 E집단으로 구분된다. 회피적 애착인 DS집단은 DS1, DS2, DS3로 범주화되며, 그 중 DS1집단(Dismissing of attachment)은 특히 강한 저항/억제 성향을 보인다. 전반적인 면접 수행에서 정서에 대해 말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저항과 회피의 증거가 나타난다. DS2집단(Devaluing of attachment)은 비임상 집단에서는 희귀하다. 이 유형으로 분류되는 아동은 거부/폄하와 감정의 전가에서 매우 극단적인 특성을 보인다. DS3집단(Restricted in feeling)은 초기에 다소 개방적인 정서를 말하는 것 같지만 이내 이러한 감정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거나 모순적인 발언을 하여 부정적 정서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들의 발화에는 자신이 분리에 취약하다는 것을 감추려는 듯 자기 역량이 강조된 해결책을 말한다. 이 유형의 아동은 정서의 원인에 대해 말할 때 애착대상이나 관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말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안에 의미 있는 정서 표현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양가적 애착인 E집단은 E1과 E2로 범주화되며, E1집단(Passive)은 비조직적이고 표식 없는 발화양식을 보이며, 높은 수준의 불안을 보인다. 이들은 분리에 대해 부모를 부당하게 비난하며, 분리로 인한 혼란과 걱정, 염려를 강하게 표현한다. 이들의 응답에는 그림 속 주인공 아동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감각이 만연해 있다. E2집단(Angry/conflicted)은 높은 수준의 압도된 분노를 보인다. 이 유형의 아동은 분리 상황을 뛰어 넘는 분노를 말하며, 분노에 대해 말할 때 정서를 조절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이들이 제시하는 대처 방법은 애착대상과의 접근성을 오히려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파괴적 특성을 지닌다. 즉 아동 스스로 분리를 원한다는 인식이 포함되어 있다. 또는 불복종이나 부모에 대한 공격성을 포함하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2) 표현어휘력검사
아동의 발화내용을 기본으로 하는 조사의 특성상 분리불안검사에 미치는 유아의 표현어휘능력을 통제하기 위하여 아동을 대상으로 수용·표현 어휘력 검사(Receptive and Expressive Vocabulary Test [REVT])의 하위 검사인 표현어휘력검사를 실시하였다. REVT는 Kim, Hong, 그리고 Kim (2009)이 개발한 검사로 만 2세에서 18세 이상 성인까지를 대상으로 하며 검사대상자의 어휘능력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검사 결과 중국출생으로 남한 정착기간이 짧아 한국어 습득과정 중에 있는 아동 2명이 어휘능력의 발달 지체로 분류되어 최종 분석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연구대상 아동의 언어능력은 발화에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 동질적이었다.
3. 연구절차
본 조사를 실시하기에 앞서 서울대학교 연구윤리위원회의 승인(IRB NO. 1505/001-004)을 거친 후 예비조사를 실시하였다. 예비조사를 통해 연구도구의 적합성과 연구 설계의 타당성을 검토 후 연구도구와 질문지가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본 조사를 실시하였다.
본 조사는 2015년 5월 5일부터 5월 15일까지 서울, 대전, 대구 각 지역의 복지관 및 북한이탈주민 관련기관의 협조를 받아 연구참여자 모집문건을 배포하고 참여를 희망하는 가정에 한해 사전 전화 면담을 하였다. 아동의 출생지와 입국 시 연령을 확인하고 전문상담사 배석이 필요한 아동들을 대상으로 어머니께 구두로 사전 동의를 구하고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본 면담 시 어머니와 아동에게 연구의 취지와 과정을 설명한 설문지와 동의서를 배부한 후 자발적으로 연구에 참여하는 것에 동의한 어머니와 자녀에 한하여 연구를 수행하였다. 면담 장소는 아동들이 낯선 장소에서 느끼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동들이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공부방, 교회, 복지관 등으로 각 기관이 제공하는 독립된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면담 시간은 평일 오후 아이들이 공부하는 일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 시간에 진행되었다. 어머니 및 아동과의 모든 면담은 연구자가 전원 직접 실시하였다. 어머니가 설문지를 작성하는 동안 다른 공간에서 아동의 면담이 이루어졌으며 아동면담이 끝난 후, 어머니가 응답한 설문지의 내용이 빠진 것이 있는지 잘못 표기된 것이 있는지에 대한 확인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아동의 분리경험과 사회인구학적 배경에 대해 질문지상 기록하기 복잡한 경우 어머니로부터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그 자리에서 메모하여 기록하였다.
아동과의 면담을 위해 사전에 아동과 부모에 대한 상담 10년 이상 경력이 있는 전문가(아동상담사1급, 청소년상담사2급, 국제자격증 보유)로부터 SAT검사 그림 및 3가지 정서적 질문에 대한 감식을 받아 적절성을 확인하고 진행하였다. 아동이 이 연구로 인해 가질 수 있는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하며 아동이 편안한 상태로 면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면담조사 전과 후에 놀이를 통한 긴장완화를 돕기 위한 시간을 최대화하였다. 아동과 충분한 라포 형성이 된 뒤 면담을 진행하였으며 상담사를 배석한 아동의 경우 상담사와의 라포 형성 시간을 함께 가져 편안한 상태로 면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동면담에서는 녹음기를 사용해 아동의 답변을 녹취하였고 간혹 그림 속의 인물을 가리키는 등의 비언어적 범주를 사용하는 아동이 있는 경우에는, 연구자가 “응, 그림에 있는 친구랑 같이 놀고 싶구나”라고 언급하여 아동의 비언어적 답변도 녹취될 수 있도록 하였다.
연구자는 하나센터와 교회의 탈북청소년 공부방에서 수년 간 교사와 상담 멘토로 활동한 바 있으며, 현재는 하나원 내 하나교회 출석 아동들의 정서활동 프로그램을 매주 진행하고 있다. 연구자와 과거에 현장에서 만났던 아동들은 성장하여 이 연구의 참여자연령에 해당하지 않아, 예비조사를 실시한 아동 1명을 제외한 연구참여 아동들은 연구자가 사전에 알지 못하는 아동으로 구성되었다. 사전 만남으로 연구자가 가질 수 있는 주관성과 편견을 배제하여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이 연구는 아동과 어머니의 신상정보가 있는 자료의 수집, 개인적인 면담 등 북한이탈가정의 신분을 드러낼 수 있는 자료들이 있으므로, 연구 참여자들의 익명성을 보호하기 위하여 최대한 노력하였다. 아동 면담 시 녹음한 파일은 연구자의 연구용도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연구 참여자를 제시하는 경우 모두 참여자번호를 사용하였다.
한편 연구자는 아동의 어머니가 북한이탈주민인 점과 아동의 인구학적 배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는 가정 하에 연구를 진행하여 아동에게 북한, 중국에서의 경험과 관련된 이야기와 아동의 상황에 대해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아동과 관련된 모든 정보는 어머니 보고에 의존하였다. 이 연구의 전체 면담 절차는 Table 4와 같다.
4. 자료 분석
수집된 자료의 통계적 처리를 위하여 SPSS 20.0 (IBM Co., Armonk, NY)을 사용하여 분석하였으며, 각 연구문제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분석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애착유형분석을 실시하였다. 6가지 분리상황에 대한 애착그림도구(Table 1)에 대해 세 가지 질문(기분, 이유, 대처방안)을 하고, 이에 대한 응답을 연구도구에 제시한 Resnick (1993)의 부모분리검사 9가지 소분류 하위척도(Table 2)에 따라 점수화한 뒤, 그 점수를 기반으로 애착유형별 점수 분포(Table 3)별로 애착유형을 분류하였다. 분류된 정보를 바탕으로 조사대상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과 애착유형별 분포를 파악하기 위하여 빈도, 백분율, 평균, 표준편차 등을 산출하였다. 둘째, 아동의 부모분리자극에 따른 정서반응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 앞서 분류된 애착유형별로 전형적 특징을 나타내는 아동의 발화예시를 Resnick(1993)의 척도에 근거하여 제시하였다. 셋째, 아동과 어머니의 분리경험 유무 및 사회인구학적 배경에 따른 아동의 애착유형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Chi-square 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결과
1.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애착양상
1)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애착유형별 분포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애착양상을 알아보기 위하여 10가지 애착 유형으로 분류한 결과 각 유형별 분포는 Table 5와 같다.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애착유형별 분포를 살펴보면, 만 5-9세 아동 40명 중 안정애착은 11명(27.5%), 불안정애착은 26명(65%), 미분류 3명(7.5%)로 분류되었다. 나머지 두 명은 병원 상황까지 안정애착 점수 분포를 유지하다가 가장 높은 수준의 분리인 할머니댁 상황에서 애착대상에 대한 접근성을 회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경우로 이 연구의 분류 기준인 Resnick (1993)의 애착유형에는 해당되지 않으므로 연구대상 선정에서 제외하였다. 일반아동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에서 보통 안정애착의 비율이 60%로 보고되는 것과 비교하면 북한이탈가정 아동에서 불안정애착 비율이 매우 높은 수준임을 나타낸다. 미분류된 3명의 아동 중 17번 아동의 경우 연령에 맞지 않는 애착행동을 보이며 정서발달이 지연된 것으로 판단되어 연구대상 선정에서는 제외하였다.
애착유형을 소분류별로 살펴보면, 안정애착 중 회피적 성향이 있는 F2집단은 8명(20.0%)으로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F1집단은 2명(5.0%,), F4집단은 1명(2.5%)이었다. 이 연구에서는 가장 안정성이 높은 F3집단과 분노 성향이 있는 F5집단으로 분류된 아동은 관찰되지 않았다. 불안정애착을 소분류별로 살펴보면, 정서가 억제되어 있는 DS3집단에서 12명(30%)이 관찰되었고 다음으로 면접에 대한 외현적 거부감을 표현한 DS1집단이 9명(22.5%), 저항애착 중 비난이 높게 나타나는 E1집단이 3명(7.5%), 억제되지 않은 분노가 나타나는 E2집단이 2명(7.5%)이었다.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애착유형 분포에서 불안정애착 유형에서는 회피형 애착인 DS유형이 52.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다. 다음으로는 안정애착 유형 중 회피적 성향이 있는 F2유형이 20.0%를 차지하여 높게 나타났다. F2유형의 특징은 안정애착 유형에 해당되어 정서적으로 개방되어 있지만, 애착에 대한 거부/폄하가 약간 나타나거나 애착대상이 아닌 대상에게 감정을 전가하는 성향을 나타낸다. 결국 안정애착 중 F2유형과 불안정애착 중 DS유형의 합이 72.5%에 달하여 북한이탈가정 아동들에게서 분노와 자기비난적 성향보다 회피적 성향이 매우 우세하게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또한 아동들의 반응에서 회피적 성향의 전형적 특징인 자기역량 강조, 애착 폄하, 감정의 전가의 양상이 많이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2)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부모분리자극에 따른 정서반응 특성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애착양상은 구체적으로 발화내용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이를 살펴보기 위한 안정애착(F), 회피적 애착(DS), 양가적 애착(E) 유형별 부모분리자극에 따른 정서반응 특성은 다음과 같다. Resnick (1993) 코딩은 발화 일관성 척도에서 응답의 질을 평가한다. 예를 들어, 아동이 자주 문장을 끝맺지 못하거나 이전 문장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다른 문장으로 넘어가버리고 발화 중간에 포즈(pause)가 길어지거나, 말을 더듬는 경우 응답의 질이 낮은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므로 아동들의 녹음 파일을 전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응답 특성을 있는 그대로 나타나도록 필사하였으며 정서반응 예시에서 원문 그대로 제시하였다.
(1) 안정애착 유형(F집단)
안정애착 아동은 감정의 정당화 과정에서 몇 가지 구체적 정서들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불안정애착 아동과의 핵심적인 차이점이다. 그들은 자신의 부모를 향해 친밀감과 따뜻함을 근본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분리의 결과에 대해 낙관론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
① 정서적 개방성 : 안정애착 아동을 선별하는 중요한 특성은 자신의 감정을 개방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은 비록 나타나는 정서가 부정적일지라도 그러하다. 이 아이들은 분리에 대한 그림 속 아동의 정서에 대해서 자기 기만적 태도를 거의 보이지 않았다. 즉, 안정적인 아동은 그림 속 아동이 “엄마를 만날 수 없어서(감정의 정당화) 속상하다(감정의 개방적 표현)” 거나 “엄마랑 떨어졌으니까(감정의 정당화) 슬프고 떨리고 무서웠다(감정의 개방적 표현)”고 반응하였다.
• 34번 아동의 할머니댁 상황(8세): [기분] “엄마랑 헤어지면, 몇 년 동안 헤어지면 엄마를 만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속상할 것 같아요.”
• 12번 아동의 할머니댁 상황(8세): [기분] “슬펐어요. 슬프고, 슬프고 떨리고 무서웠어요.(왜 그렇게 슬펐을까요?) 한번도 안 떨어져 있었는데 처음으로 엄마랑 떨어졌으니까.”
② 문제해결력: 이 분류에 속하는 아동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전형적으로 사람 중심적이었다. 또는 부모와의 이별을 막고 다시 접촉을 되찾으려는 시도인 “엄마 따라 갈 것 같아요”, “엄마한테 꼭 데려다 달라고”, “엄마한테 전화도 하고 기다려요” 등으로 나타났다.
• 27번 아동의 병원 상황(6세): [대처방법] “집에서, 엄마한테 전화도 하고, 엄마도 기달려요.”
• 25번 아동의 여행 상황(6세): [대처방법] “나도 따라 갈려고 엄마한테 말해요.”
• 1번 아동의 할머니댁 상황(6세): [대처방법] “할머니 집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는 엄마한테 꼭 데려다 달라고...”
③ 발화일관성: 아동이 제시한 감정의 정당화는 그들의 응답에서 나타나는 다른 부분들과 모순되지 않았다. “걱정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엄마를 간호”하거나 “떨어지는 것이 슬프기” 때문에 “가기 싫다고 말할 것”이라고 하였다.
• 18번 아동의 병원 상황(5세): [기분] “걱정하는 마음...” [대처방법] “엄마를 간호할 것 같아요.”
• 24번 아동의 할머니댁 상황(8세): [기분] “슬플 것 같아요...엄마랑 떨어져 사니까.” [대처방법] “어...가기 싫다고, 말할 것 같아요.”
④ 불안(낙관론/비관론): 분리의 결과에 대한 아동의 낙관론적 태도는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때까지 기다리면” 다시 엄마와 근접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동은 분리를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아빠가 한 달 보다 더 늦게 왔는데”도 분리의 결과는 부정적이지 않고 “따라가고 싶은” 바람으로 나타났다.
• 24번 아동의 병원 상황(8세) : [대처방법] “병원에 가서 기다리, 치료 다 받을 때까지 기다릴 것 같애요“
• 27번 아동의 여행 상황(6세) : [대처방법] “우리 아빠도 언제 미국에 가가지고 한 달 보다 더 늦게 왔는데 장난감도 사왔어요. 좋았어요. 저도 따라 가고 싶어요.”
(2) 불안정애착 유형(DS집단)
불안정애착 유형 중 회피적 애착유형을 나타내는 DS범주에 해당하는 아동은 전반적으로 정서 표현을 구별해낼 수 없고, 특히 분리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일수록 정서 구별이 어렵다. 이들은 면담과 관련 없는 주제를 가져와 방해하거나, 면담 과정의 주변적인 환경의 측면에 집중함으로써 면접을 방해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녹음기를 가리키면서 지금 돌아가고 있는지 묻는 등). 또한 이들은 그림 속에서 구체적인 정서를 유추해내기보다 그림의 표면적 내용을 반복하였다. 그리고 어떠한 정서를 말하더라도 이 정서를 유발한 대상과 정서를 연결할 수 없었다. 저항/억제, 거부/평가절하, 감정의 전가, 이 세 개의 점수 척도는 DS범주를 결정하는 핵심 척도이다.
① 정서적개방성: 아동은 외로움, 슬픔, 두려움 분노와 같은 정서를 나타내는표현 대신, “가지말란 마음”, “안 좋아요”와 같은 애매모호한 정서를 표현하거나 면접자의 추가질문에도 “모르겠어요”라며 구체적인 정서를 언급하기를 꺼려하였다. 이는 정서적 개방성이 부족한 것을 나타낸다.
• 8번 아동의 병원 상황(8세): [기분] “엄마가 아프면 ... 어 ............. 아프면 .... 쓰음 .. 아프면 ..... 뭐 ...... 쓰음 ..... 큼 ............................ 엄마가 아프면 .... 음 .... 아, 모르겠지?” (촉진) “모르겠어요.”
• 32번 아동의 할머니댁(5세): [기분] “어....몰라요.”(촉진) “안 좋아요.”
• 23번 아동의 할머니댁(6세): [기분] “안 좋을 것 같은데요 ... (어떤 마음이 들까요?) 가지 말란 마음이 들어요.(촉진) .... 모르겠어요.”
② 문제해결력: 부모와의 분리라는 문제 상황에 대한 아동의 해결책은 명백하게 수동적으로 나타났다. “이제 아무것도 안할 것 같다”고 하거나, “할 수 없이 할머니네 한테 따라 산다”고 하여 분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어떤 해결책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였다. 또는 아동은 밤에 혼자 자고 밥도 혼자 해먹는다고 하여 연령에 걸맞지 않는 수준으로 지나치게 자기 역량이 강조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 8번 아동의 여행(8세): [대처방안] “이제? 아무것도 안 할 것 같은데요.”
• 7번 아동의 할머니댁(6세): [대처방안] “할 수 없이 할머니 .... 할머니네 한테 따라 살아.”
• 9번 아동의 여행(7세): [대처방안] “씁 .... 음 .... 밤이 되면 혼, 혼자 자, 고, 밥도 혼자 해, 해 먹어요.”
• 29번 아동의 할머니댁(7세): [대처방안] “ ......... 밥만 먹고 죽, 죽만 먹고, 바로 자요.”
③ 발화일관성: 아동의 응답은 전반적인 조직화와 ‘내적 일관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무서울 것” 같다가 다시 “보통일 것”이라고 하고 이내 “좋을 것 같다”고 하는 혼재된 반응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혹은 엄마가 아파서 “맘이 상한데” 무엇을 할지에 대한 대답은 “심심해서 놀이터를 간다.”고 하여 발화에 있어 비일관성을 보였다. 이런 응답들은 자신이 말하는 내용 안에 모순이 있고 논리적이지 않아 ‘진실성’의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일부 발화에서 잘못된 시작, 길어진 휴지기, 더듬기가 나타나며 이러한 발화상의 문제는 주로 높은 분리 스트레스를 묘사하는 그림에 대해 응답할 때 더 심해지기도 하였다.
• 11번 아동의 저녁식사 상황(8세): [기분] “쫌 ... 무서울 것 같아요.(중략) 기분요? 음, 그냥 보통이요. 음, 좋을 것 같애요. 큼, 혼자 있으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 20번 아동의 병원 상황(5세): [기분] “맘이 상할 것 같애요. 엄마가 아파서” [대처방법] “심심해서 바깥 놀이터 갈 거 같아요.”
• 2번 아동의 병원 상황(8세): [기분] “기분이 속상했을 것 같아요”[이유] “엄마가 .... 돌아가시면 슬 ...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 ... 없는지 모라 ... 모르니까요 ... ”[대처방법] “집에 ...... 서 .... 해야할 공부를 할 것 같아요.”
④ 불안(낙관론/비관론): 아동은 분리에 뒤따라 “우울증이 생기거나 병에 걸린다.”고 하거나, “배가 굶고 죽게 생겼다.”거나 “엄마가 죽어요”라고 하여 분리에 뒤따르는 파멸이나 참사를 표현하여 분리의 결과에 대해 비관론적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 13번 아동의 할머니댁 상황(8세): [대처방법] “이제? 음 ... 우울증이 생기거나 병 걸릴 것 같아요.”
• 4번 아동의 여행 상황(6세): [기분] “별로 .. 그냥 ... 아니에요.” [이유] “할머니는 절 ... 이렇게 욕하거든요. 흑, 흑 때렸는데 ... 할머니는 때렸, 때리지 않았다고 ... 거짓말을 하거든요 .... (중략) .... 배가 굶고 죽게 생겼거든요.”
• 9번 아동의 할머니댁 상황(7세): [이유] “씁 ... 아 ... 밤에는 슬프고 아침엔 좋다는 병이 걸렸겠죠. 밤에 또 울고 아침엔 좋을 꺼에요(아침에 왜 기분이 좋아졌을까요?) 아, 그 때는 엄마 생각을 까먹었어요.” [대처방법] “할머니한테서 살아야 되요. 엄마는, 엄마는 저 없으면 못 잔다고 해서 계, 맨날 못자요. 그래서 엄마가 죽어요.”
⑤ 거부/폄하: 거부/폄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아동은 그림 속 아동이 분리에 의해 별로 영향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이를 암시한다. 어떤 아동은 그림 속 아동이 어떠한 정서를 느끼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집에서 혼자 자고 숙제도 하고 학교도 간다고 하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과장하기도 하였다. 또한 “그냥 확 가버릴 것 같애요.”처럼 관계는 중요한 것이 아니며 부모님 없이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언급하거나 이를 내포하여 응답하였다.
• 23번 아동의 여행 상황(6세): [대처방안] “선물을 받고 .... 그래도 집에서 혼자 자기... 도 ... 킁....두려움을 이겨내고 ......... 킁.... 숙제도 하고, 혼자....학교도 갈 것 같애요.”
• 28번 아동의 할머니댁 상황(8세): [대처방법] “어 ... 짜증나서 그냥 뽀뽀만 해주고 안기고 그냥 확 가버릴 것 같애요. 뻔뻔스럽게 어 .. 어 .. 엄마가 이제 못 볼 것 같다라고 하잖아요.”
⑥ 저항/억제: 이 척도의 핵심은 아동이 SAT그림에 대해 말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의식적 전략으로서 저항이나 회피를 어느 정도로 명백히 사용하는지이다. 저항/억제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은 아동은 정교화된 응답 대신 매우 간결하고 띄엄띄엄 답하거나 “쓰읍 ..... 음 ....... 그 .... 모르겠어요(촉진) 그냥 .... 그냥.... 모르겠어요.”와 같이 희미한 응답을 하였다. 또한 “저는 그럼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하거나 “저, 그런 거부터 몰라요”라고 말해 적극적인 저항이 명백히 나타났다.
• 8번 아동의 여행 상황(8세): [기분] “쓰읍 ..... 음 ....... 그 .... 모르겠어요(촉진) 그냥 .... 그냥.... 모르겠어요. 저는 그런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 32번 아동의 병원 상황(5세): [기분] “속상한 기분이요. [이유] 엄마가 구급차에 실려 가니까요. (어떤 느낌이 들까요?) 저. 그런 거부터 몰라요.”
⑦ 감정의 전가: 이 척도에서는 정서가 향하고 있는 대상에 대한 것이다. 안정적으로 애착한 아동은 항상 또는 대부분 자신이 분리와 관련하여 상상한 감정을 정당화할 때 부모를 언급한다. 그러나 불안정한 애착유형의 아동은 감정의 전가 척도에서 감정을 유발한 요인을 애착대상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찾았다. 즉 부모 분리 상황에 대한 부정적 정서의 정당화가 시골이나 학교와 같은 물리적 대상에 대한 강조로 나타나거나 양파, 배추, 마늘과 같은 분리 상황의 무생물적 요소들에 향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DS집단의 전형적 특징으로 구분된다.
• 8번 아동의 할머니댁 상황(8세): [기분] “슬플...것 같(말 끝 뭉게짐)” [이유] “........ 걔 학교는 못갈 것 같은데요. 음... 학교 ........... 여기가, 여기가 시골일 수 있으니.....”
• 7번 아동의 할머니댁 상황(7세): [기분] “슬픈 마음.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 쓰읍 ... 슬픈 마음..” [이유] “왜냐하면 이제 할머니 집에서 양파, 배추, 마늘을 먹으니까.”
(3) 불안정애착 유형(E집단)
불안정애착 유형 중 양가적 애착인 E범주에 해당되는 아동들은 전형적으로 높은 불안을 보이며 애착 시스템이 고조되거나 애착대상과의 관계로부터 압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두려움과 불안정감이 확대되고, 그림 속 분리 상황을 뛰어넘는 고통스런 상황으로 인지하여 반응하기도 하였다.
① 정서적 개방성
정서적 개방성에서 DS집단의 아동이 정서에 대해 말할 때 저항하고 억제 성향을 보이는 것과 달리 E집단의 아동은 스트레스와 비조직화의 문제로 정서에 대해 말할 수 없다. 기분에 대해서 물었으나 “왜 또 나가냐”라고 하여 경미한 분리에서도 분노를 표현하고 촉진하는 질문에도 “떨릴 것 같다”, “이상한 기분”과 같은 애매모호하고 간접적인 정서적 반응이 나타났다.
• 19번 아동의 저녁식사(6세): [기분] “왜 계속 또 나가요?(따지듯이) (촉진) 떨릴 것 같아요”
• 36번 아동의 여행상황(7세): [기분] “아니, 왜 저만 놔두고 가지? 왜 ... 같이 가고 싶은데? (촉진) 이상한 기분이 들 것 같아요.”
② 문제해결력
이 집단은 어떤 유형보다 해결책에 있어 파괴적이고 모순적인 성향이 나타난다. 파괴적 해결책의 대다수는 부모를 향하는 파괴적 행동일 수 있다. 분리에 대한 대처방법은 “엄마를 버스에 깔리게 하는” 것과 같이 부모에 대한 접근성을 감소시키거나, 애착대상을 향한 공격성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이다. 특히 이러한 성향은 경미한 분리인 [저녁식사] 상황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 19번 아동의 할머니댁 상황(6세): [대처방법] “저는 엄마랑 같이 살겠다고 엄마를 막 밀어서 엄마를 거기, 거기 버스에, 엄마를 깔리게 하면 되잖아요.”
• 19번 아동의 저녁식사 상황(6세): [대처방법] “엄마 아빠가 계속, 엄마랑 아빠랑 단 둘이 있으니까 얘가 너무 싫어서 엇, 다른 엄마랑 아빠 만날 것 같아요.”
• 26번 아동의 여행 상황(7세): [대처방법] “근데 밥도 못 먹고...죽 먹을 것 같애요. 그 악몽이 생각날 것 같아요. (무슨 악몽이요?) 엄마 아빠가 없어져 가지고 막 자기 죽는 악몽.”
③ 발화일관성
이 집단에 속한 아동의 응답은 애매모호하며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방황하고 배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한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셔서 슬프지만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하거나, 엄마가 없어서 슬프지만 혼자 밥 해 먹는 게 기뻤다고 하여 언어표현 안에 모순과 불일치가 존재하였다.
• 37번 아동의 병원 상황(6세): [기분] “엄청 슬퍼요. [이유] 엄마가 없으면 아빠는 띵뚱거리고 놀고 술먹고 나와 가지고 쓰읍 .... 그러고 ..... 자꾸 그러니깐. (촉진) 왜냐하면 엄마가 .... 저번에도 엄마도 입원하셨거든요 .. 쓰음 .... 그런데 엄마 없는 게 차라리 나은 것 같아요. 화만 내고 소리 지르고 ...”
• 36번 아동의 저녁식사 상황(7세): [기분] “음 ... 좀 나빴긴 한데 그냥 저 혼자 밥, 만 ..... 저 혼자 밥 해 먹는 게 기뻤어요.”
④ 불안(낙관론/비관론)
아동은 분리에 뒤따르는 파멸적이며 재앙적 결과에 대한 예측을 표시하였다. 예를 들어 “굶어 죽을 것 같다”거나 “자기가 죽을 것 같다”, “엄마가 뉴스에 가, 나와 가지고 죽은 시체가 엄마여서 슬플 것 같다”고 했다.
• 36번 아동의 병원 상황(7세): [대처방안] “엄마가 자기를 낳아줬지만, 낳아줘서 자기가 죽을 것 같아요”
• 26번 아동의 할머니댁 상황(7세): [대처방안] “엄마 뉴스에가, 나와 가지고 죽은 시체가 엄마여서 슬플 것 같애요. 아마.”
⑤ 자기비난
아동은 분리에 대한 비난을 자기에게 돌렸다. 구급차 상황에서 아동의 대처방안은 “엄마 대신 제가 죽겠다고 무릎 꿇 것 같아요.”와 같이 무언가 부적절하거나 ‘부당한’ 책임감을 표현하여 분리와 그로 인한 참담한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인식으로 나타났다.
• 36번 아동의 병원 상황(7세): [대처방안] “아니면 심장 수술 해야 하냐, 난 엄마가 죽기 싫어, 그냥 내가 대신 죽을래”
• 26번 아동의 병원 상황(7세): [대처방안] “엄마가 이러이 이렇게 돌아갈 까봐 걱정돼요.[대처방법] 어 .......... 이제 잘 살아야 되겠다고 엄마를 많이 도와주고.”
⑥ 압도된 분노
이 유형의 아동은 분리 상황에 대한 자신의 분노를 제한할 수 없었다. 또한 분노와 관련된 응답의 대부분이 실제 상황의 경지를 뛰어넘어 어머니의 죽음으로 연결되어 나타나기도 했다.
• 19번 아동의 할머니댁 상황(6세): “(그림보자마자) 이 그림은 뭐에요? (설명) 왜요? 아빠랑만 있고 싶어서요? 그러면 왜! 아이를 낳았어요? 잘 챙기지도 않는데(화난 목소리로) 엄, 이제 못 참을 것 같애요.”
• 19번 아동의 병원 상황(6세): [기분] “아니요 .... 화나는 건 아니에요. 화나는 건 아니라 ... 어머니, 엄마가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했어요.”
2.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분리경험 유무 및 사회인구학적 변인에 따른 애착유형의 차이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분리경험 유무 및 인구학적 배경에 따라 애착유형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χ2검증을 실시한 결과는 Table 6와 같다. 사회인구학적 변인에 대해, 어머니 연령은 평균 39.16으로 나타나 40세를 기준으로 산정하였다. 동거 가족수는 5명 이상의 가족을 기준으로 나누었으며 해당가족은 자녀가 모두 3명 이상으로 다자녀가정이었다.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Korean Hana Foundation, 2014)에 따르면 북한이 탈주민의 월 평균 소득은 147.1만원으로 나타나 월 가구 소득을 150만원을 기준으로 산정하였다.
어머니와의 분리경험이 있는 아동의 경우 안정애착 유형은 2명(12.5%), 불안정애착 유형은 14명(87.5%)로 나타났으며, 분리경험이 없는 경우 안정애착 유형은 9명(42.9%), 불안정애착 유형은 11명(57.1%)로 나타나 분리경험의 여부에 따라 애 착유형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χ2= 4.00, df = 1, p < .05). 동거가족 수에 따른 애착유형 분포는 4명 이하인 경우 안정애착 유형이 7명(21.9%), 불안정애착 유형이 25명(78.1%)이며 5명 이상인 경우 안정애착 유형이 4명(80.0%), 불안정애착 유형이 1명(20.0%)로 나타나 동거가족 수에 따라 애착유형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χ2 = 6.99, df = 1, p < .05).
어머니 남한 학력에 따른 애착유형 분포는 전문대 이하인 경우 안정애착 유형이 6명(19.4%), 불안정애착 유형이 25명(80.6%)로 나타났으며, 4년제 대학 이상인 경우 안정애착 유형이 5명(83.3%), 불안정애착 유형이 1명(16.7%)로 나타나 남한에서의 학력에 따른 애착유형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χ2 = 9.85, df = 1, p < .01). 한편 아동의 성별, 아동출생지, 어머니와 동거여부, 월가구 소득에 따른 애착유형의 차이는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의 및 결론
이 연구는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들의 건강한 정서적·심리적 발달과 적응을 예측하는 요인인 애착에 주목하여, 이들의 부모애착 양상을 살펴보고 아동의 분리경험과 인구학적 배경에 따른 부모애착유형의 차이에 대해 분석하였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애착양상 중 불안정애착 성향이 높다. 참여 아동의 65% 이상의 아동이 불안정 애착 유형으로 분류된 이 연구의 결과는 북한이탈가정 아동들이 어머니와의 애착관계에 어려움을 가지며 이로 인해 아동의 정서적 발달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실증적인 증거이다.
특히 아동의 회피적 애착 성향이 높다. 애착은 문화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현상으로 밝혀졌지만,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본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불안정애착의 유형에서는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다. 독일 북부에서는 회피애착이 많았고(Grossmann, Grossmann, Spangler, Suess, & Unzner, 1985), 일본에서는 저항애착과 혼란애착이 높은 분포를 나타내었다(Miyake, Chen, & Campos, 1985). 독일의 경우 아동의 독립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문화적 분위기가 부모의 양육태도에 영향을 미쳐, 그로인해 회피애착이 높다고 보았다(Grossmann et al., 1985).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경우 회피애착은 다양한 원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먼저, 북한이탈어머니가 성장했던 북한 사회체제와 가치관인 집단주의와 가부장주의에 부합되는 양육 덕목이 자립과 순종으로서 이에 기반을 둔 양육을 중요시한다(Yi et al., 1999)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동은 순종과 자립이 강조되는 사회적 가치관과 어머니의 양육을 통해 회피적 성향의 애착유형을 나타낼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어머니와의 애착관계에서 자기역량이 강조된 경향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탈북아동은 감당하기 힘든 탈북과정 중에서 생존과 적응을 위해 강인함을 익히게 된다. 난민 아동들이 열악한 사회 환경으로 인해 아이다움을 일찍 잃고 세상에 대한 지나친 조숙함을 갖는다(Jeon, 2000). 북한이탈청소년들의 경우 부모의 이혼과 중혼으로 복잡한 가족구조 속에서 아동기를 보내면서 고민이나 외로움을 혼자 삭히거나 스스로 이겨내려고도 하였다(Kim, Kwon, Lee, & Lee, 2014). 이와 마찬가지로 북한이탈가정 아동이 지나치게 어른스럽고 자기역량이 강조되는 경향은 유아들이 탈북과정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위기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발달시킨 기제라 할 수 있다(Lee, 2003; Yi et al., 2007). 이들이 지나치게 자기 역량을 강조하므로 어머니와의 상호작용이 위축되거나 부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아동이 자신의 부정적 정서를 조절하는데 있어 어머니의 개입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회피적 성향은 북한, 중국 그리고 남한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어머니와의 분리경험과 관련된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분리된 경험은 아동에게 심리적 상해를 준다. Bowlby는 어머니와 유아가 장기적으로 분리되게 될 경우 어머니와 분리된 유아들에게서 계속 울면서 어머니가 오기를 기다리는 초기 저항단계를 지나 깊은 슬픔에 빠져있는 절망단계를 지나면 냉담단계에 이른다고 함으로써 아동의 좌절상태를 밝힌 바 있다. 북한이탈어머니가 경험할 수 있는 위기의 상황과 어려움들은 어머니의 아동에 대한 안정적인 돌봄을 방해한다. 장기간에 걸친 분리를 경험한 아동이 어머니에 대한 심리적 애착과 의존 가용성을 인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머니의 존재는 아동의 부정적 정서를 누그러뜨리고 위로할 수 있는 대상으로 각인되지 못했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아동은 타인을 불신하며 대인관계로부터 철회하는 회피적 성향이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회피적 성향이 아동의 사회정서 및 대인관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예방하고 감소시키는 회복의 기회와 지속적 관심이 요구된다.
둘째, 어머니와 분리 경험이 없는 경우 안정애착 비율이 높다. 어머니와 분리경험이 없는 경우 어머니는 아동의 안전기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해 준 것이다. 북한이탈 가정 아동의 애착 형성에 영향을 주는 다른 변수는 동거가족 수이다. 동거가족 수가 많은 경우 안정애착 비율이 높았다. 가족 수가 많다는 사실은 아동을 돌볼 사람의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연하면 어머니의 대체 역할을 할 가족원이 다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많은 이민자 가정들이 확대 가족 구성원들의 지지적 연결망을 포함하는 문화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확대 가족에서 한 명의 가족구성원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정서적 알들(Emotional eggs)’이 여러 명의 가족 구성원들인 ‘정서적 바구니(emotional baskets)’ 안에 더 넓게 흩어져 담길 수 있는 것으로 비유된다. 즉 다수의 의미 있는 관계가 있을 때, 부모 이외의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효과적으로 아동의 발달에 필요한 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Suårez-Orozco et al., 2002). 가족은 애정과 돌봄의 근원으로서 북한이탈가정 아동이 어려서 경험한 가족과의 상호 신뢰와 돌봄 경험이 안정애착의 근원지로서 기능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어머니와 분리 된 아동의 경우 어머니와 재결합한 후 아동이 어머니와의 분리로 인한 어려워진 관계를 극복하고 재정립해 나가는 동안 가족 구성원들로부터의 받는 지지적 역할도 예측해 볼 수 있다.
탈북 어머니가 남한에서 학력이 높으면 그만큼 경제적 사회적 안정의 가능성이 높아지며 어머니의 경제적 여유와 심리적 자신감과 안정감이 자녀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어머니의 남한 학력이 높은 경우 탈북 아동의 안정애착 비율이 높은 것은 납득할 수 있다. 특히 탈북 여성들이 남한에서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 육아와 학업의 병행, 남북한의 학업격차와 외국어 사용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음에도 4년제 대학을 다녔던 어머니들의 경우 그로 인한 사회적 조직망과 지지, 자존감 향상으로 연결되며 이는 아동과의 안정애착에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어머니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아동이 안정된 애착 점수를 보인다(Cho, 2005)는 선행연구의 결과와도 일치한다.
한편 선행연구에서 아동의 애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아동의 분리연령, 분리기간, 대리양육자, 시설보호여부 등 분리상황의 다양한 변인에 따른 애착유형의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우선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사회적 배경과 삶의 방식이 매우 다양해짐으로 인해 분리의 양상 역시 일관되지 않은 것에 기인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측면으로 애착유형에 대한 다른 분리경험 관련 변인들에 의한 보호요인 효과가 미미하거나 혹은 북한이탈가정 아동이 경험할 수 있는 환경적 특성에서 무엇보다 분리경험의 유무 자체가 갖는 중요성이 우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아동의 출생지, 현재 어머니와의 동거여부, 가족의 소득, 어머니의 현재 결혼 상태, 아동의 성별에 따른 아동의 애착유형의 차이를 없다는 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연구는 먼저 연구방법의 측면에서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애착에 대한 면담방식의 자기 보고를 통해 애착양상을 살펴보고, 그러한 애착이 어머니와의 분리경험 유무에 따라 차이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그 보고 내용에 기반을 둔 애착유형 분류에서 불안정애착 비율이 높게 밝혀져 북한이탈가정 아동과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개발과 모자관계를 지원하는 정책적 개입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둘째, 부모와의 분리 경험이 있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심리적 상해로부터의 회복을 위한 심리회복 프로그램의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어려움에 처한 아동의 건강한 발달과 적응을 위해 아동 및 부모를 지원하는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회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을 위한 정책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분리 경험에 초점을 두어 모-자녀 관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매우 드물다.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심리적 적응을 지원하는 개입 프로그램들은 주로 북한 사회에서 남한 사회로의 이주에 따른 민주시민으로서의 사회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적응 프로그램은 외국인이 이민하여 적응하는 일반적인 문화적응이론에 기반을 둔 경우도 많은데 이는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특수한 경험을 고려할 때 적합하지 않다. 북한이탈가정 아동의 경우 분리 경험의 특수성으로 유발된 애착의 부재 및 불안정애착의 문제를 지원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아동들을 대상으로는 어머니와의 애착증진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탈북과정에서 수년 동안 자녀와 분리되어 지냈던 어머니를 대상으로 자녀와의 관계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이들이 자녀들과 상호작용하면서 느끼는 어색함을 없애고 자녀 양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끝으로 이 연구의 제한점과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연구는 북한이탈가정 아동과 어머니라는 대상의 특수성으로 인한 표집의 어려움으로 눈덩이 표집(snowball sampling)을 실시하였다. 추천에 의해 선정된 표본이 편향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성급한 일반화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남한출생이 다수를 차지하는 유아동기의 자녀를 둔 북한이탈주민 어머니들이 아동들의 출신을 밝히기 꺼려하는 이유로 충분한 사례수의 아동들을 표집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로 인해 결과를 일반화 하는데 한계가 있다.
둘째, 북한이탈가정 아동이 어머니와 애착을 형성하는 결정적 시기에 어머니가 경험했던 정신적 · 신체적 고통이 있다면, 자녀양육을 하면서 고스란히 전달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자녀와의 관계와 자녀의 성장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후속연구에서 애착형성의 결정적 시기인 영유아기에 아동이 경험했던 양육의 질과 함께 현재의 어머니의 양육신념과 양육행동, 어머니의 원 부모 애착, 어머니의 우울과 같은 다양한 맥락에서의 요인과 애착과의 관계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이 연구에서는 아동의 어머니와의 분리경험과 어머니의 남한학력 등의 변수와 안정애착 유형과의 관계에 대해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아동의 심리적 탄력 회복성과 유전적 요인인 기질 등 안정애착에 영향을 준 보호요인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충분한 사례수를 통해 아동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어머니와 긍정적인 관계를 갖고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가를 검증할 수 있기를 바란다.
Acknowledge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the Korean Government (NRF-2013S1A5A2A01019722).
Notes
This article is a part of the first author’s mater’s thesis submitted in 2015.
Notes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