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과 스마트홈 기술의 상호보완적 역할이 부모의 양육 효능감, 양육 부담감 및 가족 정서적 친밀감에 미치는 영향
The Complementary Roles of VR and Smart Home Technologies in Shaping Parenting Self-Efficacy, Parenting Burden, and Family Emotional Intim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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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Objectives
This study empirically tested the Technology-Based Family Resource Model (T-BFRM) to investigate two complementary pathways through which Virtual Reality (VR) and smart home technologies enhance family emotional intimacy: VR mediated by increased parenting self-efficacy (resource acquisition pathway) and smart homes mediated by reduced parenting burden (resource conservation pathway). This study also examined the structural invariance of this model across fathers and mothers.
Methods
Participants comprised 169 parent couples (N = 338) raising children aged five years and under. Quantitative data were subjected to confirmatory factor analysis (CFA), structural equation modeling (SEM), and multi-group SEM with 5,000 bootstrap re-samples, controlling for digital literacy and socioeconomic status. A concurrent qualitative component (N = 20) provided phenomenological depth to contextualize statistical pathways through parents’ lived experiences in technology-mediated family dynamics.
Results
The structural model demonstrated excellent fit (CFI = .94, RMSEA = .04). VR utilization significantly enhanced family intimacy indirectly through increased parenting self-efficacy (β = .17, p 〈 .001). Smart home utilization enhanced intimacy indirectly through reduced parenting burden (β = .11, p 〈 .001). Multi-group SEM confirmed full structural invariance across genders (ΔCFI = .002, p 〉 .05), revealing gender-neutral mechanisms.
Conclusion
The T-BFRM establishes VR and smart home technologies as synergistic psychosocial resources that jointly strengthen family cohesion through distinct complementary pathways. VR fosters relational mastery and competence, whereas smart homes conserve the psychological resources for emotional availability. These findings advocate for gender-neutral and technology-integrated family interventions and provide a theoretical foundation for digital equity policies that support early parental well-being.
Introduction
현대 사회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의 급속한 발전과 확산은 개인의 생활양식뿐 아니라 가족 체계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M. K. Lee, Davidoff, Zimmerman, & Dey, 2006). ICT는 단순한 생활의 편의성을 넘어 가족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 방식과 정서적 연결의 형태를 재구성한다는 점(Slater & Sanchez-Vives, 2016)에서 그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족의 건강성을 예측하는 주요 지표인 가족 정서적 친밀감(family emotional intimacy)이 새로운 기술 생태계 내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 탐색하는 것은 현대 가족 연구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Zhou, Huang, Qin, Tao, & Ning, 2023). 이에 본 연구는 VR과 스마트홈 활용이 각각의 차별화된 심리적 기제를 통해 가족 정서적 친밀감에 기여하는 상호보완적 이중 경로(complementary dual pathways)를 탐색하고자 한다.
VR 활용은 부모와 자녀가 가상공간 내 콘텐츠를 함께 경험하며 몰입하는 상호작용 과정이다. VR 기술의 핵심적 특성인 강력한 공동 현존감(co-presence)은 부모와 자녀가 동일한 시공간에 머물고 있다는 심리적 연결감을 제공한다(Slater & Sanchez-Vives, 2016). 이러한 경험은 Bandura (1997)가 사회인지이론(Social Cognitive Theory [SCT])에서 강조한 성공적 성취 경험의 원천이 되며, 부모의 양육 효능감(parenting self-efficacy)을 높여 궁극적으로 가족 정서적 친밀감을 증진하는 관계 촉진 경로(relational promotion pathway)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VR 환경 내 능동적 참여는 부모의 실제적 심리 역량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Scherpbier et al., 2025), 인지적 신념 체계를 긍정적으로 재구조화하는 중요 기틀로 기능한다(Wu, Sun, Zhang, Zhou, & Ren, 2021). 이에 본 연구는 영유아의 시력 보호와 부모와의 직접적인 시선 접촉을 통한 정서 발달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기술 활용의 범주를 폐쇄형 HMD (Head Mounted Display) 사용에 국한하지 않고 스크린 매개 가상 체험 및 혼합현실(MR) 기반 신체 놀이까지 포함하였다. 이러한 발달 적합적(developmentally appropriate) 설계는 기술적 몰입과 부모-자녀 상호작용을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가상 세계에서의 성공 경험이 실제 양육 현장의 효능감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보다 정교하게 포착하기 위함이다.
반면, 스마트홈 활용은 가사 자동화 및 관리 기술의 통합적 운용을 통해 부모의 일상적 효율성을 높이는 실천적 수단이다. Hobfoll (1989)의 자원 보존 이론(Conservation of Resources Theory [COR])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개인이 가치 있게 여기는 시간적・신체적・정신적 자원의 손실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마트홈 기술은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가사 및 양육 관리 업무로 인한 자원 고갈을 구조적으로 완화하는 자원 보존 경로(resource conservation pathway)를 제공한다(Sun, Zou, Radesky, Brooks, & Schaub, 2021; Wilson, Hargreaves, & Hauxwell-Baldwin, 2015). 본 연구는 물리적 자원의 보존이 심리적 여유로 치환되어, 양육 과정의 정서적 마찰을 줄여주는 중재적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부모의 반복적 지시(nagging)를 기계적 수행으로 대체하는 기술적 특성은 부모-자녀 간의 불필요한 긴장을 완화함으로써, 가족 정서적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두 가지 기술적 활용이 가족 정서적 친밀감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중심에는 부모의 핵심 심리 기제인 양육 효능감과 양육 부담감(parenting burden)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양육 효능감은 양육 수행 능력에 대한 부모의 주관적 신념으로(Bugental, Blue, & Cruzcosa, 1989; Teti & Gelfand, 1991), 양육 행동의 동기와 정서적 안정성을 좌우하는 결정적 자원이다. 양육 효능감의 수준은 긍정적 양육 전략의 실천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이는 가족 간 유대감과 상호작용의 선순환을 형성한다(Jones & Prinz, 2005; Song, 2018). 이와 대조적으로, 양육 부담감은 신체적 피로, 정서적 소진, 시간적 제약, 사회적 기회비용 등 자녀 양육 과정에서 경험하는 다차원적 어려움을 의미하며(Zarit, Reever, & Bach-Peterson, 1980), 부모의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가족 정서적 친밀감을 저해하는 위험 요인이 된다(Jang, 2012). 결과적으로 양육 효능감과 양육 부담감은 가족 관계 형성에서 긍정적 촉진 요인과 부정적 저해 변인으로 각각 작용한다. 이러한 심리적 역동은 Bronfenbrenner (1986)의 생태학적 체계이론(Ecological Systems Theory)을 통해 통합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외적 환경 자원인 기술이 가족이라는 미시체계 내부로 유입되어 부모-자녀 간 상호작용의 질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현대 가족이 직면한 새로운 생태적 적응 기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육 효능감과 양육 부담감은 부모가 실제 양육 상황에서 가동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심리적 자산이다. 그러나 그간의 ICT-가족 관계 연구들은 주로 단일 기술의 수용 과정(Davis, 1989; S. Kim & Baek, 2025)이나 기술 매체 사용에 따른 역기능적 측면(McDaniel, 2020; S. Oh, 2024)을 중심으로 다루어 왔다. 이러한 접근은 심리적 자원의 관리라는 현대 가족의 특수한 상황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맞벌이 가족의 시간 빈곤(time poverty)과 소진이 심화되는 현실적 맥락(Min & Choi, 2024; Y. Oh, 2025)을 고려할 때, ICT는 기능적 도구를 넘어 심리 자원을 능동적으로 확충하거나 손실을 방어하는 다차원적 적응 기제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VR과 스마트홈 기술을 가족 체계의 핵심 자산으로 규정하는 기술 기반 가족 자원 모델(Technology-Based Family Resource Model [T-BFRM])을 제안하고자 한다(Bandura, 1997; Hobfoll, 1989). 해당 모델은 VR을 통한 양육 효능감이 이끄는 능동적 자원 확충(resource acquisition)과 스마트홈 기술을 활용한 양육 부담 완화가 유도하는 예방적 자원 보존(resource conservation)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여, 궁극적으로 가족 정서적 친밀감을 강화한다는 구조적 관계를 핵심 가설로 설정하였다. 이때 ICT가 실효성 있는 심리적 자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운용 주체인 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전제되어야 한다. 단순한 기술의 소유나 노출을 넘어, 부모가 기술을 개별적 양육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고 다루는 운용 역량(operational literacy)이 자원 확충 및 보존의 선행 요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주요 통제 변인으로 설정하여, 기술 활용 그 자체의 기여도를 확인하고자 한다.
한편, 아버지와 어머니 집단 간 구조적 불변성(structural invariance) 확보는 본 연구의 중요한 분석 과제이다. 한국의 전통적 성 역할 문화와 급변하는 현대 가족 구조 속에서 부모는 양육 역할 기대, 심리적 부담 수준, 실제 양육 참여 방식 등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Rho, 2014; Song, 2018). 이와 같은 성별에 따른 특성은 VR과 스마트홈 기술이 심리적 매개 경로에 미치는 영향력을 서로 다른 양상으로 전개시킬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본 연구는 다집단 구조방정식 모형(Multi-group SEM)을 활용하여 T-BFRM의 경로계수가 성별에 따라 유의미하게 달라지는지 그 동질성 여부를 검증하고자 한다.
종합하면 본 연구의 목적은 VR과 스마트홈 기술이 양육 효능감과 양육 부담감을 매개로 가족 정서적 친밀감에 도달하는 경로를 확인하고, 이러한 구조가 부모의 성별에 따라 일관되게 작동하는지 파악하는 데 있다. 분석 과정에서는 양적 구조방정식과 질적 심층면담을 결합한 혼합 방법론(mixed-methods approach)을 채택하여 통계적 결과에 대한 해석적 타당성을 높이고자 한다. 아울러 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사회경제적 지위를 포함한 주요 외생 변인들을 통계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기술 활용 방식이 부모-자녀 관계에 미치는 심리적 기여도를 보다 명확히 규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연구문제 1
VR 활용은 양육 효능감을 매개로 가족 정서적 친밀감에 유의한 간접효과를 나타내는가?
연구문제 2
스마트홈 활용은 양육 부담감을 매개로 가족 정서적 친밀감에 유의한 간접효과를 나타내는가?
연구문제 3
VR 및 스마트홈 활용이 가족 정서적 친밀감에 미치는 경로 구조는 아버지와 어머니 집단 간 구조적 불변성이 유지되는가?
Methods
연구 참여자
본 연구는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169쌍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의 인구학적 특성은 Table 1에 제시하였다.
부모의 연령대는 31세 이상 40세 이하가 아버지 59.2%, 어머니 55.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교육 수준은 대졸(전문대 포함) 이상이 아버지 73.4%와 어머니 75.7%로 나타나 부모 집단 전반의 교육 수준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직업 분포의 경우, 어머니는 전업주부 및 무직(40.2%)의 비율이 가장 높았으나, 아버지는 서비스직(37.3%)과 사무직(32.5%)에 집중되어 성별 간 직업 구성의 차이를 보였다. 월평균 가구소득은 500만 원 이상 600만 원 미만이 49.1%로 과반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였으며, 자녀 수는 1명(47.3%)이 가장 많았다. 자녀의 성별은 남아(52.1%)와 여아(47.9%)가 비교적 균등한 분포를 나타냈다.
연구도구
VR 및 스마트홈 활용
본 연구는 ICT 기반 환경에서 부모의 기술 이용 방식을 두 가지 차원에 근거하여 조작적으로 정의하였다. 구체적으로 VR 활용은 부모와 자녀가 가상현실 콘텐츠를 매개로 함께 경험하는 몰입적 공동 참여 및 협력적 상호작용의 수준으로 설정하여 관계 촉진 경로를 측정하고자 하였다. 반면, 스마트홈 활용은 가사 자동화 및 관리 기술을 통해 부모의 가사 노동 부하와 관리 시간을 감소시키는 일상의 효율성 및 편리성으로 정의함으로써 자원 보존 경로를 파악하였다. 이러한 개념적 정의를 바탕으로 선행연구(Slater & Sanchez-Vives, 2016; Wilson et al., 2015)의 측정 문항들을 본 연구의 목적에 맞게 수정・보완하여 사용하였다. 개발된 문항은 아동학 및 유아교육학 전문가 4인(교수 1인, 박사 3인)으로부터 내용타당도를 검증받았으며, 예비조사를 통해 문항의 가독성과 적절성을 확인하였다. 최종적으로 확인적 요인분석(CFA)을 통해 구조타당도가 검증된 VR 활용 8문항과 스마트홈 활용 6문항, 총 14문항을 확정하였다. VR 활용의 예시 문항은 “나는 아이와 VR을 함께 사용하며 흥미진진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한다(예: 가상 동물원 탐험, 동작 인식 신체 놀이 등).” 이며, 스마트홈 활용의 예시 문항은 “우리 집의 스마트홈 기능(예: 로봇청소기 자동화, AI 스피커 루틴 등)은 가사 노동에 드는 시간을 상당히 절약해준다.”와 같다.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5점)까지의 5점 Likert 척도로 측정되었다. 측정의 신뢰도(Cronbach’s α)는 VR 활용이 .87 (아버지 .86, 어머니 .88), 스마트홈 활용이 .83 (아버지 .83, 어머니 .85)으로 나타나 양호한 수준임을 확인하였다.
양육 효능감
양육 효능감은 Gibaud-Wallston과 Wandersman (1978)이 개발한 Parenting Sense of Competence (PSOC)를 J. Kim, Lim과 Heo (2014)가 번안 및 타당화한 한국판 부모 양육 효능감 검사(K-PSOC)로 측정하였다. 이 척도는 유능감(8문항), 안정감(7문항)의 2개 하위요인 총 15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측정 문항의 예시로는 “나는 아이를 돌보는 데 유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와 같은 내용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5점)까지의 5점 Likert 척도로 평정되며, 점수가 높을수록 부모가 지각하는 양육 효능감이 높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측정된 신뢰도(Cronbach’s α)는 전체 .89였으며, 집단별로는 아버지 .88, 어머니 .90으로 나타나 두 집단 모두에서 우수한 신뢰도를 확보하였다.
양육 부담감
양육 부담감은 Montgomery, Gonyea와 Hooyman (1985)의 연구를 토대로 Oh (1997)가 개발하고 Nam (2001)이 수정・보완한 도구를 재구성한 Park (2008)의 척도로 측정하였다. 이 척도는 신체적 부담감(2문항), 정서적 부담감(2문항), 사회적 부담감(2문항), 경제적 부담감(2문항)의 4개 요인 총 8문항으로 구성된다. 측정 문항에는 “아이 돌보는 일은 육체적으로 피곤한 일이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 내 처지가 우울하다.”와 같은 예시가 포함된다. 전혀 그렇지 않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5점)까지의 5점 Likert 척도로 평정하였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양육 부담의 정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측정된 신뢰도(Cronbach’s α)는 전체 .86, 아버지 .85, 어머니 .87로 나타나 두 집단 모두에서 양호한 수준임을 확인하였다.
가족 정서적 친밀감
가족 정서적 친밀감은 Olson, Portner와 Lavee (1985)가 개발한 가족 적응성 및 결속 척도(FACES-III)를 기반으로 Jeon과 Choi (1993)가 번안하고 S.-K. Lee (2004)가 수정・보완한 도구를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가족 구성원 간의 정서적 유대감과 상호의존성을 평가하는 도구로, 지각된 가족과 선호하는 가족을 측정하는 총 20개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측정 문항의 예시로는 “우리 가족은 서로 도움을 요청한다.” 등이 포함된다.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5점)까지의 5점 Likert 척도로 평정되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가족 정서적 친밀감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측정된 신뢰도(Cronbach’s α)는 .92로 높은 수준이었으며, 아버지 집단(α = .91)과 어머니 집단(α = .92) 모두에서 일관되게 우수한 신뢰도를 보였다.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은 Koc와 Barut (2016)가 개발하고 J. S. Kim (2019)이 유아 부모의 특성에 맞게 번안・수정한 도구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이 도구는 기능적 리터러시(8문항)와 비판적 리터러시(7문항) 2개 요인 총 15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측정 문항의 예시로는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다양한 미디어(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이용할 수 있다.”, “미디어 콘텐츠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인지하고 있다.” 등이 포함된다. 각 문항은 5점 Likert 척도로 평정되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산출된 전체 신뢰도(Cronbach’s α)는 .69였으며, 집단별로는 아버지 .71, 어머니 .67로 나타났다. 비록 일부 신뢰도 계수가 일반적인 수용 기준인 .70을 소폭 하회하였으나, 탐색적 연구(exploratory research)에서 α ≥ .60을 수용 가능한 임계치로 제안한 Hair, Black, Babin과 Anderson (2010)의 논거에 기반하여 본 척도를 분석에 포함하였다. 또한 본 연구가 VR 및 스마트홈이라는 신규 기술 매체를 다루는 초기 탐색적 성격임을 고려할 때, 해당 척도는 통제 변인으로서 적절한 변별력을 지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다만, 향후 연구에서는 한국 부모의 특성을 보다 정교하게 반영한 리터러시 척도의 재검증이 요구된다.
통제 변인
분석 모형의 설명력을 높이고 독립 변인의 순수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선행연구와 측정 변인의 관련성에 근거하여(Chung & Lee, 2000; Kwon, 2009; Mistry, Biesanz, Taylor, Burchinal, & Cox, 2004) 다음과 같이 통제 변인을 설정하였다. 우선 인구학적 특성으로 월평균 가구소득, 부모의 학력, 자녀 수, 자녀 성별을 포함하였다. 특히 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아버지, 어머니 각각)은 기술 기반 자원 활용 능력을 결정짓는 선행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통계적으로 통제함으로써 부모 개인의 기술 역량 차이와 관계없이 VR 및 스마트홈 활용 그 자체가 양육 효능감과 양육 부담감에 미치는 기여도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또한 기술 노출량에 따른 효과 편향을 방지하기 위해 VR 및 스마트홈의 주당 이용 시간을 함께 통제 변수로 투입하였다. 월평균 가구소득과 부모의 학력은 Table 1에 제시된 범주에 따라 연속형 변수로 코딩한 후 모형에 적용하였다.
연구절차
예비조사
본 연구에서는 VR 및 스마트홈 활용 척도를 포함한 측정 도구의 적절성 및 문항의 명확성을 사전에 검증하기 위해 예비조사를 실시하였다. 예비조사 대상자는 본 조사와의 유사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 소재 어린이집 5곳의 협조를 얻어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 32쌍을 모집하였으며, 안내문에 포함된 접속 링크를 통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는 2025년 4월 22일부터 4월 29일까지 실시되었으며 문항 이해도, 모호성, 문항 수의 적절성 등을 평가하고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일부 용어와 문장 표현을 수정・보완하였다. 예비조사 결과, 신뢰도 계수(Cronbach’s α)는 VR 활용 척도 .82, 스마트홈 활용 척도 .85로 나타나 내적 일관성이 확보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예비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는 본 조사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며, 최종 검증된 문항을 바탕으로 본 조사를 위한 최종 측정 도구를 구성하였다.
본 조사
본 조사는 예비조사를 통해 타당도가 검증된 척도를 사용하였으며, 조사 대상은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로 한정하였다. VR 및 스마트홈 기술이 보편적 확산 초기 단계임을 고려하여, 실제 기술 활용 경험이 있는 표본을 확보하고자 기관 협조와 온라인 유의표집을 병행하는 다중 경로 포섭 방식(multi-channel sampling strategy)을 취하였다. 구체적으로 오프라인에서는 서울 및 경기 지역 소재 어린이집 23곳의 협조를 통해 설문 안내문을 배포함으로써 실제 부모 집단의 대표성을 보완하였다. 온라인에서는 ICT 기반 육아 정보를 공유하거나 스마트 가전 활용도가 높은 부모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3곳에 모집 공고를 게시하였다. 표본의 동질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크리닝 문항을 배치하여 거주 지역과 기술 활용 경험을 사전에 확인하였으며, 연구 대상에서 벗어나는 응답자는 엄격히 필터링(filtering)하였다. 상세히 살펴보면, “최근 3개월 이내에 자녀와 함께 VR 콘텐츠를 이용하거나, 로봇청소기・AI 스피커 등의 스마트홈 기능을 양육 루틴에 실제 활용한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문항에 긍정 응답한 부모로 표본을 정교하게 제한하였다. 2025년 5월 9일부터 7월 18일까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192쌍의 부모가 응답하였으나, 불성실 응답 및 기술 활용 경험이 불분명한 사례를 제외한 최종 169쌍(총 338명)의 자료를 분석에 사용하였다. 이는 전체 응답의 약 88%에 해당하는 유효 표본으로, 엄격한 데이터 정제 과정을 통해 분석 결과의 정밀함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질적 연구
본 연구는 양적 분석 결과를 심층적으로 보완하고 변인 간의 실제적 활용 맥락을 구체화하기 위해 질적 연구를 병행하였다. 연구 대상은 본 조사 참여자 중 면담에 동의한 부모를 대상으로 최대 변이 표집(maximum variation sampling) 전략을 적용하여 선정하였다. 표집 경로에 따른 편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모집 표본을 고르게 안배하였으며, 기술 활용 수준이 상위 25%에 해당하는 적극적 활용자와 양육 효능감 및 양육 부담감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 사례를 중심으로 10쌍(20명)을 최종 선정하였다. 표본 규모는 주제 분석 (thematic analysis)에 필요한 경험적 포화(experiential saturation)를 달성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수준(Creswell, 2013; Mason, 2010)을 고려하여 설정되었다. 면담은 반구조화된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VR 활용 측면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가상 동물원이나 우주 공간 탐험 등 교육형 콘텐츠 체험 및 혼합현실(MR) 기반의 신체 놀이 경험을 탐색하였다. 스마트홈 활용 측면에서는 로봇청소기 가동 및 음성 제어 등을 통한 가사 자동화 루틴이 부모의 반복적인 지시를 줄여주고 정서적 휴식 시간을 확보해 준 사례 분석에 초점을 맞추었다. 수집된 면담 자료는 NVivo 12 (QSR International, 2018)를 보조적으로 활용하여 코딩 및 범주화하였다. 연구의 타당도 확보를 위해 방법론적 삼각측정(methodological triangulation)을 실시하였으며, 아동학 박사 2인과 동료 검토(peer debriefing)를 거쳐 도출된 주제와 해석의 적절성을 검증하였다. 그 결과, 최종 코딩 일치도는 90% 이상으로 나타나 높은 수준의 분석자 간 신뢰도를 확보하였다. 참여자의 구체적인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Table 2에 제시한 바와 같다.
자료분석
수집된 자료의 분석을 위해 SPSS 29.0 (IBM Co., Armonk, NY)을 사용하여 기술통계, 신뢰도 및 상관관계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어 R 4.3.3 (R Core Team, 2024)의 lavaan 패키지(Rosseel, 2012)를 활용하여 구조방정식 모형(Structural Equation Modeling [SEM])을 분석하였다. 본격적인 가설 검증에 선행하여, 확인적 요인분석(CFA)을 통해 잠재 변인의 타당성을 검증하였으며, χ2 통계량, CFI, TLI, RMSEA, SRMR을 평가지표로 활용하였다. 특히 가설 모형의 구조적 타당성을 엄밀히 검증하고자 이론적 근거에 기반한 경쟁모형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최적의 모형을 선정하였다. 매개효과의 통계적 유의성은 5,000회의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을 적용하여 95% 신뢰구간(95% CI)에서 확인하였다. 또한 부모 성별에 따른 경로 차이를 규명하기 위해 다집단 SEM 분석을 실시하였다. 집단 간 비교의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형태(configural), 측정(metric), 절편(scalar invariance) 불변성을 단계별로 검증하여 측정 불변성(measurement invariance)을 수립하였다. 마지막으로, 양적 수치로 포착하기 어려운 기술 활용의 실제적 기제와 정서적 변화를 심층적으로 파악하고자 혼합방법론적 접근을 병행함으로써 연구 전체의 해석적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Results
주요 변인의 기술통계 및 상관관계 분석
주요 변인들의 기술통계량 및 상관관계 분석을 실시한 결과는 Table 3과 같다. 분석 결과, 본 연구의 T-BFRM 모형에서 가정한 바와 같이 VR 활용은 양육 효능감과 유의미한 정적 상관(r = .35, p < .001)을 보였으며, 스마트홈 활용은 양육 부담감과 유의미한 부적 상관(r = -.30, p < .001)을 나타냈다. 통제 변수인 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아버지 r = .42, 어머니 r = .35)는 양육 효능감과 유의한 정적 상관을, 자녀 수는 양육 부담감과 유의한 정적 상관(r = .42, p < .001)을 보였다. 이는 설정된 통제 변수들이 주요 매개 변인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의미하며, 분석 모델의 정밀함을 확보하기 위한 통제의 타당성을 지지한다.
측정모델 및 구조모델의 타당성 검증
잠재 변인의 측정학적 타당성(CFA) 확보
확인적 요인분석(CFA) 결과, 표준화 요인부하량은 .65∼.87로 수용 기준(.60)을 상회하였다. 개념 신뢰도(CR)는 .87∼.94, 평균분산추출값(AVE)은 .55∼.68로 산출되어 수렴타당도가 확보되었다(Table 4). 측정모델의 적합도는 χ2(32) = 42.31, CFI = .96, TLI = .95, RMSEA = .04, SRMR = .05로 나타나 후속 가설 검증을 위한 통계적 타당성을 갖추었음을 입증하였다.
가설 모형(T-BFRM)과 경쟁모형의 비교 및 최종 모델 확정
가설 모형(T-BFRM)의 적합도를 검토한 결과, χ2(40) = 50.11 (p > .05), CFI = .94, TLI = .93, RMSEA = .04, SRMR = .05로 나타나 모든 지수가 수용 가능한 수준임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는 모델의 엄밀성을 확보하고자 직접 효과를 포함한 부분 매개 모형 및 직접 효과 전용 모형과의 비교 분석을 수행하였다(Table 5). Δχ2 차이 검증 결과, 제안 모델과 부분 매개 모형 간의 통계적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으며(Δχ2(2) = 1.88, p = .391), 직접 효과 전용 모형과의 비교에서도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Δχ2(2) = 2.56, p = .278). 이에 따라 모델의 간명성과 이론적 설명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Hair et al., 2010), 완전 매개 모형인 제안 모델을 최종 분석 모델로 확정하였다.
T-BFRM 경로 분석: VR의 자원 확충과 스마트홈의 자원 보존 경로
T-BFRM 모형의 표준화 경로계수(β)와 간접효과 검증 결과를 Table 6과 Figure 1에 제시하였다. 가설 검증 결과, 본 연구에서 제안한 핵심 기제인 관계 촉진 경로(VR 활용)와 자원 보존 경로(스마트홈 활용)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Final structural model of T-BFRM. Standardized path coefficients (β). All paths are presented. Control variables were included in the analysis but were omitted for clarity. VR → Family emotional intimacy (βindirect = .17, p < .001); Smart home → Family emotional intimacy (βindirect = .11, p < .001).
첫째, 관계 촉진을 통한 자원 확충 경로에서 VR 활용은 양육 효능감에 유의미한 정적 영향(β = .35, p < .001)을 미쳤으며, 양육 효능감 또한 가족 정서적 친밀감을 유의하게 증진(β = .48, p < .001)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5,000회의 부트스트래핑 분석 결과, VR 활용이 양육 효능감을 매개로 가족 정서적 친밀감에 미치는 간접 효과(β = .17, p < .001)의 95% 신뢰구간은 [.09, .26]으로 산출되었다. 해당 구간 내에 0을 포함하지 않으므로, 기술을 통한 능동적 자원 확충이 가족 관계 향상을 견인한다는 가설이 통계적으로 확증되었다.
둘째, 스마트홈을 통한 자원 보존 경로를 살펴보면, 스마트홈 활용은 양육 부담감에 유의미한 부적 영향(β = -.30, p < .001)을 주었으며, 양육 부담감은 가족 정서적 친밀감과 유의한 부적 관계(β = -.38, p < .001)를 보였다. 이에 따른 간접 효과(β = .11, p < .001)의 95% 신뢰구간은 [.05, .18]로 나타나 0을 포함하지 않았다. 이는 가사 부담 경감이 심리적 자원을 보존함으로써 정서적 유대를 보강하는 회복 기제로 기능함을 입증한다.
셋째, 통제 변수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아버지 β = .20, p < .001; 어머니 β = .10, p < .05)가 양육 효능감에 유의미한 정적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의 디지털 역량이 신기술을 양육 자원으로 변환하는 데 필요한 기초 기제임을 시사한다. 아울러 자녀 수(β = .12, p < .01)는 양육 부담감을 증가시키는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제한 상태에서 T-BFRM의 간접효과가 유의하게 유지되었다는 점은 본 연구 모형의 견고성을 뒷받침한다.
다집단 분석: 부모 성별에 따른 구조적 불변성 검증
측정 불변성 검토
다집단 분석의 전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 집단 간 측정 불변성을 단계별로 검토하였다. 분석 결과, 기저 모델인 형태 불변성이 확인되었으며, 요인 계수를 동일하게 제약한 측정 동일성 역시 확보되었다. 특히 모델 간 CFI 변화량(ΔCFI)이 .01 이하의 권장 기준을 충족하여, 아버지와 어머니 두 집단이 잠재 변인의 개념을 동일한 의미와 척도로 인식하고 있음이 입증되었다.
구조적 불변성 검증 및 집단 간 보편성 확인
모델 간 경로계수의 동일성을 검증하고자 제약 모델과 비제약 모델을 비교한 결과, 적합도 지수의 변화량(ΔCFI = .002)이 판단 기준인 .01보다 현저히 낮았으며, χ2 차이 검증 결과 또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모든 경로에서의 구조적 불변성이 확보된 것으로 판단하였다(Table 7). 구체적인 경로별 특징을 집단 간 비교를 통해 살펴보면, 관계 촉진 경로의 경우 VR 활용은 아버지(β = .41, p < .001)와 어머니(β = .37, p < .001) 모두의 양육 효능감을 유의미하게 증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 보존 경로인 스마트홈 활용 역시 아버지(β = -.35, p < .001)와 어머니(β = -.30, p < .001)의 양육 부담을 공통적으로 완화하였다. 아울러 매개 변인과 결과 변수 간의 관계에서도 양육 효능감은 가족 정서적 친밀감을 강화하는 핵심 기제로(아버지 β = .50; 어머니 β = .47), 양육 부담감은 가족 정서적 친밀감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아버지 β = -.40; 어머니 β = -.36) 두 집단에서 동일하게 작동하였다. 이러한 다집단 분석 결과는 본 연구에서 제안한 T-BFRM 모형이 부모의 성별에 국한되지 않고 보편적인 타당성을 지닌 심리적 메커니즘임을 실증적으로 확증해 준다.
질적 분석 연계: ICT 활용 경험을 통한 자원 역동의 심층 탐색
질적 분석을 통해 도출된 세 가지 주제와 하위 범주는 Table 8과 같으며, 이는 앞서 기술한 양적 T-BFRM 모형의 경로를 경험적으로 지지한다.
주제 1. VR을 통한 공동 탐험가로의 전환과 관계의 수평적 재구조화
VR 활용은 부모를 전통적인 훈육자에서 가상 세계를 함께 헤쳐 나가는 공동 탐험가(co-players)로 변모시켰다. 부모는 자녀와 시공간을 공유하며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동등한 파트너십을 경험하였고, 이는 기존의 수직적 양육 관계가 수평적으로 재구조화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다. 이러한 관계적 변화는 부모 개인의 유능감을 고취함과 동시에, 가족 전체의 정서적 유대로 전이되는 핵심 기제로 작동하였다. 나아가 기술에 보다 익숙한 자녀가 부모의 조작을 돕는 역전된 학습(reverse learning) 상황은 부모-자녀 간의 경직된 권위 구조를 유연화함으로써, 상호보완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였다.
가상 세계 안에서는 저도 아이와 똑같이 처음 가보는 길을 두려워하는 초보 탐험가일 뿐이었어요. 제가 실수해서 괴물에게 잡힐 뻔할 때 아이가 제 손을 꼭 잡고 구해줬는데, 그때 느낀 감정은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동료애에 가까웠어요. 이런 경험이 관계를 훨씬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아버지 E (37세, 아들 3세)
주제 2. 스마트홈 기반의 자원 보존과 양육 마찰의 중재
스마트홈 기술은 소모적인 가사 관리 업무를 분담함으로써 부모의 심리적 가용 자원(psychological resources)을 보존하는 정서적 중재 기능을 수행하였다. 특히 AI 스피커나 자동화 시스템이 일상적인 규칙 지시(예: 정리정돈, 기상 알림)를 대신함에 따라, 양육 과정에서 빈번했던 부모-자녀 간의 정서적 마찰이 유의미하게 감소하였다. 이는 기술이 양육자와 자녀 사이의 감정적 직접 충돌을 방어하는 정서적 완충지대(emotional buffer)로 작동했음을 의미한다. 기술이 제공한 시간적・심리적 여유는 부모가 자녀의 요구에 더욱 민감하고 수용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예전엔 어질러진 거실을 보면 소리부터 질렀을 텐데, 이제는 로봇청소기한테 명령을 내려요. 아이는 그걸 놀이로 받아들여서 즐겁게 장난감을 치우고요. 기술 하나가 끼어들었을 뿐인데, 윽박지르던 상황이 평화로운 소통으로 바뀌면서 제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어요.
어머니 A (38세, 아들 4세, 딸 2세)
주제 3. 기술의 상호보완적 시너지: 질적 밀도와 정서적 지속성
결과적으로 VR과 스마트홈은 서로 다른 심리적 경로를 통해 가족 정서적 친밀감을 심화시키는 상호보완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VR이 상호작용의 질적 밀도를 높이는 촉매제였다면, 스마트홈은 부모의 에너지를 보존하여 긍정적 교류가 지속되도록 돕는 정서적 안전망이었다. 이러한 이중 경로의 시너지는 기술이 현대 양육 환경에서 가족 관계의 질을 결정짓는 유효한 환경적 자원임을 실증한다.
VR로 느낀 일체감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았던 건 스마트홈 때문이었어요. 무엇보다 집안일에 뺏기던 에너지가 줄어드니까 아이와 웃으며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났거든요. 기술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집안 전체의 공기가 따뜻해진 것 같아요.
아버지 G (45세, 아들 4세)
이상의 질적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본 연구의 T-BFRM 모형은 기술 활용이 단순히 양육의 편의를 돕는 수준을 넘어 가족 역동의 본질적 변화를 이끄는 기제임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개별 기술들은 상호작용의 질적 밀도를 높이는 동시에 소모적인 에너지를 정서적 상호작용으로 재배치하는 상호보완적 시너지를 창출하였다. 이러한 기술 기반의 자원 확충과 보존은 궁극적으로 가족 내 수직적 위계를 해체하고 정서적 연결망을 복원함으로써, 가족 시스템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핵심적 환경 자원으로 기능한다.
Discussion
본 연구는 기술 기반 가족 자원 모델(T-BFRM)을 제안하고, VR과 스마트홈 기술이 부모의 심리적 자원을 매개로 가족 정서적 친밀감에 미치는 이중 경로를 실증적으로 규명하였다. 주요 분석 결과에 따른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VR 활용은 양육 효능감을 매개로 가족 정서적 친밀감에 기여하는 자원 확충 경로를 형성하였다. 이는 VR의 몰입적 환경이 부모-자녀 간 공동 현존감을 높임으로써(Slater & Sanchez-Vives, 2016), 부모에게 새로운 형태의 성공 수행 경험을 제공한다는 Bandura (1997)의 사회인지이론(SCT)을 지지하는 결과이다. 주목할 점은 VR이 형성하는 상호작용의 맥락이 기존의 아날로그 활동과는 차별화된 관계적 특성을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인 놀이 상황에서 부모가 주로 정서적 지지자나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면, VR 환경은 여기에 대등한 공동 탐험가라는 새로운 관계적 층위를 추가한다. 질적 분석 자료에 의하면, 부모가 자녀와 나란히 서서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은 부모로 하여금 일방적인 훈육과 지시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자녀와 함께 성취하는 즐거움에 몰입하게 한다. 이러한 공동 성취의 경험은 부모 개인의 유능감을 높일 뿐만 아니라(Schunk & Ertmer, 2000), 관계적 유능감이라는 질적 자원을 새롭게 형성하여 가족 내 수평적 재구조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이 과정에서 관찰된 자녀가 부모의 조작을 돕는 등의 역전된 학습 경험은 부모-자녀 간의 수직적 경계를 완화하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둘째, 스마트홈 활용은 양육 부담감을 완화하여 정서적 친밀감을 증진시키는 자원 보존 경로로 기능하였다. 이는 자원 보존 이론(COR)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스마트홈 기술이 양육 자원의 손실을 예방하고 심리적 회복을 돕는 보존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Hobfoll, 1989; Sun et al., 2021). 가사 자동화는 단순히 물리적 노동 시간을 절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모가 자녀와의 상호작용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정서적 가용 자원의 확보로 이어진다(E. Kim & Jeon, 2016). 이러한 기술의 기여는 본 연구의 질적 면담 과정에서도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AI 스피커 등을 활용한 루틴의 자동화는 부모의 직접적인 지시와 통제를 기술 기반의 대리적 수행으로 전환함으로써, 양육 마찰을 완화하는 정서적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예방적 자원 관리는 부모의 에너지가 부정적 소통에 소모되는 것을 방지하고, 자녀와 긍정적 유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셋째, VR 및 스마트홈 활용이 가족 정서적 친밀감에 이르는 T-BFRM 모형의 경로 구조는 아버지와 어머니 집단 간에 유의미한 차이 없이 구조적 불변성이 유지되었다. 이는 VR을 통한 양육 효능감 증진과 스마트홈 기반의 양육 부담 감소 메커니즘이 부모의 성별과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작동하는 심리적 기제임을 의미한다. 두 집단 간 경로계수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결과는, 첨단 기술이라는 외적 자원이 도입될 때 부모 모두가 유사한 심리적 경로를 공유하며 가족 관계의 질적 향상을 경험함을 시사한다. 즉, 기술 자원은 특정 성별에 국한되지 않고 부모 모두에게 평등한 성취 경험과 자원 보존의 기회를 제공하는 젠더 중립적(gender-neutral) 촉매제로 기능하고 있었다. 이러한 불변성은 ICT가 부모 간 양육 경험의 격차를 완화하고, 가족 구성원의 양육 역량을 균형있게 강화하는 보편적 지원 체계가 될 수 있다는 실천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향후 가족 중심의 기술 형평성(family-based technology equity) 및 디지털 포용 정책을 설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실증 근거가 될 것이다(Yoo & Lee, 2025).
본 연구는 VR과 스마트홈 기술이 가족 내에서 각기 다른 심리적 기제로 작동하며, 궁극적으로 가족 정서적 친밀감을 높이는 상호보완적 자원임을 규명하였다. 기존 연구가 주로 기술의 부정적 영향(Mackay, Komanchuk, Hayden, & Letourneau, 2022; McDaniel, 2020)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본 분석 결과는 ICT가 부모의 심리적 자원을 관리하고 확충하는 유익한 기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 VR은 공동 과업 수행을 통해 양육 효능감을 증진시키는 자원 확충 경로로 작동하는 반면, 스마트홈은 가사 노동의 자동화를 통해 심리적 소모를 방지하는 자원 보존 경로로 기능한다.
이러한 발견은 실천적・정책적으로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우선, 정부와 지자체는 VR 기반의 능동적 상호작용 코칭과 스마트홈 연계 가사노동 경감 서비스를 결합한 통합형 가족 기술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부모의 양육 역량 강화와 정서적 휴식 자원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입체적인 접근이다. 또한 T-BFRM의 구조적 불변성이 입증된 만큼, 특정 성별에 국한된 지원이 아닌 부모 공동의 기술 활용 역량을 강화하여 가족 전체의 자원 총량을 높이는 보편적 지원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술 오용에 따른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단순한 기술 활용 교육을 넘어 부모가 양육 맥락에 맞게 기술을 재구성하고 주도적으로 다룰 수 있는 디지털 기술 운용 역량을 체계적으로 함양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보급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ICT 매개 양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였으나, 방법론적으로 다음과 같은 제한점을 갖는다. 첫째, 표집의 대표성에 따른 일반화의 한계이다. 본 연구는 기술 보급의 초기 단계임을 고려하여 특정 기술 활용 경험을 심도 있게 포착하고자 의도적 유의표집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기술 수용도가 높은 특정 집단에 데이터가 편중되었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연구 결과를 영유아기 부모 전체로 일반화하는 데에는 신중한 해석이 요구된다. 따라서 향후 기술 보급의 보편화 추세에 맞추어, 인구통계학적 배경이 보다 다양한 계층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후속 조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둘째, 통제변수로 활용된 디지털 리터러시 척도의 신뢰도(α = .69)가 통계적 수용 기준치(.70)에 근접하였으나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점이다. 분석 과정에서 이러한 계량적 한계를 보완하고자 혼합방법론을 통해 결과의 타당성을 교차 확인하였으나, 차후 국내 부모의 특성에 최적화된 정교한 측정 도구의 개발과 재검증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셋째, 질적 사례 선정의 전략적 편중 가능성이다. 본 연구는 기술 활용의 심리적 기제를 명확히 포착하기 위해 최대 변이 사례를 선정하였으나, 이는 기술 수용에 우호적인 긍정적 변화를 탐색하는 데 치중된 면이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기술 활용에 어려움을 겪거나 거부감을 나타내는 집단, 혹은 가족 내 갈등 사례를 포함하여 보다 다각적인 관점에서의 질적 탐색이 수반되어야 한다. 넷째, 분석 범위 및 구조의 확장성 문제이다. 향후 연구에서는 웨어러블 및 AI 기반 기술 등으로 연구 범위를 넓히는 한편, 개인의 심리적 차원을 넘어 부부 관계 및 가족 의사 소통 체계와 같은 다층적 역동성을 통합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본 연구는 경쟁모형 검증을 통해 구조적 타당성을 확보하였으나, 추후 연구를 통해 변인 간의 역인과성이나 비선형적 관계를 고려한 탐색적 분석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VR과 스마트홈 기술이 각각 부모의 양육 효능감과 양육 부담감을 매개하여 가족 정서적 친밀감을 높이는 상호보완적 이중 경로를 구조적으로 규명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본 연구에서 제안한 기술 기반 가족 자원 모델(T-BFRM)은 ICT가 가족 관계 증진을 위한 심리적 촉매제이자 가족 중심의 기술 평등을 실현하는 실천적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다집단 분석을 통해 확인된 모형의 젠더 중립성은 디지털 가족학의 논의를 확장하며, 향후 가족 지원 정책 설계를 위한 실질적인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Notes
This article was presented at the 2025 Annual Fall Conference of the Korean Association of Child Studies.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