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녀 및 모-자녀 의사소통이 학령기 아동의 친구관계 질에 미치는 영향: 공감의 매개효과
The Effects of Parent-Child Communication and Empathy on the Friendship Qualities of School-aged Children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Objectiv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the direct effects of parent-child communication, and its indirect effect through empathy, on the friendship qualities of school-aged children.
Methods
Participants in this study were 290 children (5th and 6th graders) in Seoul, In-cheon, and Chung-nam Province. Data were collected through self-report questionnaires regarding parent-child communication, empathy, and friendship quality. Data were analyzed by t-test, correlations, and SEM using SPSS 21.0 and AMOS 21.0.
Results
Neither father-child nor mother-child communication had direct effects on friendship quality. However, mother-child communication had an indirect effect on friendship quality, mediated by empathy. Multigroup analyses revealed that there were significant gender differences in the direct and indirect effects. For boys, mother-child communication directly influenced friendship quality, while father-child communication had an indirect effect on friendship quality, mediated by empathy. For girls, on the contrary, mother-child communication had an indirect effect through empathy on friendship quality.
Conclusion
The results of this study emphasize that boys’ and girls’ communication with fathers and mothers has different effects on their friendship qualities. These findings have implications for future research and practices by emphasizing the importance of parent-child communication and empathy when designing programs for improving friendship qualities in children.
서론
학령기에 들어서면서 아동은 가정에서 학교로 생활반경이 확대됨에 따라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이에 필요한 기술을 향상시키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가치와 규범을 습득해 사회적으로 적응해 나간다. 또래관계는 아동의 사회화에 필수적인 요소로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주목해 온 변인으로서 과거의 연구는 주로 또래수용도의 측정과 같은 사회측정법을 통해 아동의 인기도에 초점을 맞춰 수행되었다. 최근에는 아동의 또래괴롭힘과 같은 학교생활 부적응 문제가 대두되면서 또래관계 중에서도 상호간 더 깊은 친밀감을 누리는 친구관계(friendship)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친구관계란 우정이 내포된 일 대 일 양자관계로서, 주로 두 명의 친구 사이에 국한되어 사용되고 관계의 친밀함이나 호혜성이 내포되며, 구성원 간 상호작용의 빈도 및 강도가 높다는 특성을 지닌다(Epstein & Karweit, 1983). 친구관계는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계에 대한 정보의 근원이 되고, 관계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다루는 자원을 제공하며, 훗날 삶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친밀한 관계의 모델이 된다(Hartup, 1997). 우정에 기반한 친구관계 질은 특히 아동의 사회정서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서,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고(M. Y. Bae & Shin, 2015; Goswami, 2012; M.-J. Kang & Kim, 2008), 사회적 적응 능력을 예측하여(J.-H. Choi & Yoo, 2012; Ladd, Kochenderfer, & Coleman, 1996) 친구관계 질이 낮은 아동은 학업 중단이나 비행 또는 또래괴롭힘 등의 행동문제를 보이기 쉽다(Roff, Sells, & Golden, 1972; J. E. Shin, 1999).
하나 이상의 지지적 친구관계는 정서적 안전망이 된다는 점에서(Parker & Asher, 1993; Schwartz et al., 2000), 연구자들은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친구관계 질을 예측하는 요인들을 탐색하고자 하였으며(Chung et al., 2008; B.-K. Kim & Park, 2009; B.-L. Lee, 2016; H.-W. Lee & Kang, 2012; I.-S. Lee & Hong, 2015; W.-R. Park & Hong, 2015), 이는 아동이 속한 외적·환경적 요인과 내적·개인적 요인으로 구분된다. 외적·환경적 요인으로는 부모의 양육행동을 포함한 부모-자녀관계(B.-J. Jung & Park, 2016; Hong & Kim, 2005; M. S. Kim, 2013; H.-S. Park, 2005)와 가족의 건강성, 응집성·적응성(Cho & Hyun, 2008; S.-H. Kim & Oh, 2006) 등이 포함된다. 청소년기로의 진입을 앞둔 학령 후기 아동은 부모에게서 독립하고자 하는 욕구가 발생함과 동시에 의존하려는 욕구 또한 남아 있어(H. L. Shin & Moon, 2009) 부모의 영향력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점에서, 친구관계 질을 예측하는 요인을 부모-자녀관계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동의 부모-자녀관계와 관련하여, 부모와 자녀 간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한 변인으로 연구되어 오고 있다. 특히 대인관계욕구 특성으로 일 대 일의 우정관계가 나타나는 학령 후기의 발달적 특성에 기초하건대(Berndt, Hawkins, & Hoyle, 1986; Furman & Bierman, 1983; Youniss & Smollar, 1985), 이 시기의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친구관계 질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해 볼 필요가 있다.
친구관계 질 혹은 또래관계와 관련하여 수행된 부모-자녀 의사소통에 관한 선행 연구들은 주로 주 양육자로서 어머니만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한 경향이 있으나(C.-M. Jung & Min, 2010; Kwon & Jin, 2014; K.-H. Kim & Ahn, 2009), 몇몇 연구들은 아버지와 어머니 각각의 영향력을 탐색하였으며, 그 결과로 부모 모두(Doh, 2004; K. M. Kim, 2010; E. S. Park, 2003), 혹은 아버지와 어머니 가운데 어느 한 쪽 부모(Y.-M. Kim & Sim, 2000)의 영향력을 보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아버지와의 의사소통 혹은 아버지의 정서적 반응만 아동의 또래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Kerns, Klepac, & Cole, 1996; Y.-M. Kim & Sim, 2000)이 보고되는가 하면, 어머니와의 애착만이 또래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Schneider, Atkinson, & Tardif, 2001)도 발견된다. 이외에도 아버지와는 신체놀이가, 어머니와는 의사소통이 아동의 친구관계와 정적 상관을 보였다(MacDonald & Parke, 1984). 이러한 연구들을 종합해 보건대,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아동의 친구관계 질 혹은 또래관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부모의 성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가정할 수 있다.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 내적 . 개인적 요인으로는 아동의 기질(B.-K. Kim & Park, 2009)과 자기역량지각(Hong & Kim, 2005), 정서를 조절하고 표현하는 능력(M. S. Kim, 2013; Oh, 2015), 공감 능력(S. H. Park, 2014) 등이 손꼽힌다. 이 중에서 공감은 다른 사람의 정서와 상황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역할을 취해보고 대안적인 조망을 취해볼 수 있는 능력인 인지적 측면과 타인의 정서를 대리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인 정서적 측면을 포함한다(Davis, 1980). 호혜성과 상호성을 수반한 우정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학령기에 아동은 성과 연령이 비슷할 뿐 아니라 학업성취, 관심, 부끄러움, 사교성, 인기도 등의 요소가 유사한 친구를 사귀는 경향이 있다(Root & Rubin, 2010). 무엇보다도, 친구관계는 형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원적인 둘 간의 관계에서 지지적이고 긍정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깨지기 쉽다. 따라서 원만한 친구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이해하는 공감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과 친구관계 질 간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살펴본 연구는 매우 드물어,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또래관계의 틀에서 양자 간의 관계를 가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아동은 공감이 높을수록 또래관계가 원만하고(Im & Jin, 2014; S.-M. Yoon & Jin, 2015), 또래수용도가 높으며(M.-S. Kim, 2007), 또래관계 문제가 적었다(J.-Y. Kang, 2009). 또한, 남아의 경우 공감이 높은 아동은 또래괴롭힘에 덜 동조되는 경향이 있었다(Gini, Albiero, Benelli, & Altoè, 2007). 학령기 아동들은 후기로 갈수록 또래관계에서의 친밀감을 높게 지각하는 특징을 지니므로(Lim & Chung, 1997), 그들이 건강한 친구관계 질을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특성으로 공감이라는 선행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공감과 친구관계 질 각 변인의 성차를 보고하고 있는 연구들과 달리(J.-Y. Kang, 2009; M.-S. Kim, 2007; Sergeant, Dickins, Davies, & Griffiths, 2006), 양자 간의 경로에서의 성차를 고려한 연구는 거의 발견하기 어렵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아동의 공감과 친구관계 질 간의 관계가 남녀 아동 간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된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아동의 공감 또한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동의 내적·개인적 요인인 공감은 부모가 자녀에게 명령이나 권위주의적인 지시를 하는 것보다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격려하고 지지해줌으로써 발달한다(Murray, Fiori-Cowley, Hooper, & Cooper, 1996). 부모와 자녀간 의사소통이 개방적일수록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이 높으며, 폐쇄적일수록 이러한 공감이 낮고 갈등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M.-J. Kang & Shim, 2011; M. S. Lee & Kim, 2014; Ryu, 2010). 유사하게, 부모-자녀관계에서 인간지향적 관계를 가질수록 타인 입장에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며(K.-H. Shin & Moon, 2006), 부모가 애정적이고 자율적인 양육태도를 가질 때 공감이 증진되고(S.-J. Lee & Oh, 2004), 어머니와 자녀가 친밀할수록 공감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Eggum, Eisenberg, & Giunta, 2010; Jang & Moon, 2004). 이와 같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친숙한 관계에서 나오는 정서적 힘은 아동의 사회적 이해와 공감을 발달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아동의 공감 간의 관계와 관련하여 부모의 성에 따른 차이가 발견되기도 한다. 아버지와의 의사소통은 인지적 공감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어머니와의 의사소통은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 모두에 영향을 미쳤다(H.-S. Park, 2006). 그러나 양자 간의 관계에서 부모-자녀 의사소통을 부-자녀 의사소통과 모-자녀 의사소통으로 구분하여 살펴본 연구는 매우 드문 편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부모의 성을 나누어 부-자녀 의사소통과 모-자녀 의사소통이 아동의 공감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아동의 공감 및 친구관계 질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즉, 학령기 아동의 친구관계 질은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아동 자신의 공감에 의해, 공감은 부모-자녀 간 의사소통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관련성에 근거할 때, 부모-자녀 의사소통은 아동의 공감을 통해 친구관계 질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친구관계 질에 있어 아동의 공감의 매개적 역할을 살펴본 경우는 거의 발견하기 어려워 본 연구는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유사한 변인으로 부모의 양육행동을 포함한 연구들을 기초로 공감의 매개적 역할을 유추해보았다.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아동의 공감은 아동이 지각한 부모의 양육태도와 또래관계 사이에서(Im & Jin, 2014), 부모에 대한 애착과 사회적 능력 간의 관계에서(J.-E. Kim, Doh, Kim, & Kim, 2013) 매개적 역할을 하였다. 또한, 아동의 공감은 부모의 공감적 양육과 학교적응 간의 관계에서(N. R. Choi & Shin, 2014) 정서적 공감은 부모의 공감이 또래괴롭힘 피해자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매개적 역할을 하였다(Yang & Chung, 2015). 한편,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공감을 매개로 친구관계 질에 미치는 경로를 유사변인을 포함하여 살펴보았을 때 아동의 성에 따른 차이가 보고되기도 한다. 먼저,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친구관계 질의 간의 경로는 이성 부모와의 의사소통의 영향력만이 발견되거나(K. M. Kim, 2010; Y.-M. Kim & Sim, 2000), 양자 간의 경로에 성차가 없기도 하여(S.-J. Kim, 2015) 비일관된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또한,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공감 그리고 친구관계 질의 경로와 관련해서, 남아는 부모 모두의 공감적 양육이, 여아는 어머니의 공감적 양육만이 아동의 공감을 통해 사회적 적응에 영향을 미쳤다(N. R. Choi & Shin, 2014; Yang & Chung, 2015).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공감이 친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살펴보고, 이러한 경로에서의 성차를 탐색하였다.
연구문제 1
부-자녀 및 모-자녀 의사소통과 공감은 친구관계 질에 어떠한 경로로 영향을 미치는가?
1-1 부-자녀 및 모-자녀 의사소통은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가?
1-2 공감은 부-자녀 및 모-자녀 의사소통과 친구관계 질 간의 관계를 매개하는가?
연구문제 2
부-자녀 및 모-자녀 의사소통과 공감이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남녀 아동 간에 차이가 있는가?
연구방법
연구대상
본 연구는 서울, 인천, 충남 지역에 위치한 3곳의 초등학교 5, 6학년에 재학 중인 290명의 학령 후기 아동을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대상을 학령 후기 아동으로 선정한 이유는 이 시기 아동은 또래집단에 수용되고자 하는 욕구가 점차 동성의 친구와 우정을 쌓는 욕구로 변해가며(Sullivan, 2007), 이 때 형성된 친구관계의 질은 훗날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친밀한 관계의 모델이 된다는 점에 근거하였다. 본 연구대상의 사회인구학적 특성을 간략히 살펴보면, 아동의 거주 지역은 서울이 113명(39.0%), 인천이 52명(17.9%), 충남이 125명(43.1%)이었다. 아동의 성별 구성은 남아가 127명(43.8%), 여아가 163명(56.2%)이었으며, 학년은 5학년이 151명(52.1%), 6학년이 139명(47.9%)이었다. 부모의 교육수준을 살펴보면,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대학교 졸업이 각각 124명(42.8%)과 118명(40.7%)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고등학교 중퇴 및 졸업이 각각 90명(31.0%), 93명(32.1%)이었다. 부모의 직업은 아버지의 경우 일반사무직이 63명(21.7%)으로 가장 많았고, 자영업, 일반 판매직, 운전기사가 57명(19.7%)으로 그 다음을 차지하였다. 어머니의 경우에는 가정주부가 107명(36.9%)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일반 사무직과 회사원, 은행원, 공무원, 49인 이하 회사의 관리직, 교사가 36명(12.4%)이었다.
연구도구
본 연구의 질문지는 부모-자녀 의사소통, 공감 및 친구관계 질을 측정하는 세 가지 척도로 구성되었다. 모든 질문지는 거의 그렇지 않다(1점), 그렇지 않은 편이다 (2점), 그런 편이다 (3점), 매우 그렇다(4점)의 4점 Likert식 척도로 아동 자신이 보고하였다. 각 척도는 몇 가지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위요인의 점수가 높을수록 그 특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각 하위요인별로 평균값이 분석에 사용되었다.
부모-자녀 의사소통
부모-자녀 의사소통은 Barnes와 Olson (1985)의 부모-자녀 의사소통 척도(Parent-Adolescent Communication Inventory [PACI])를 H. Y. Min (1992)이 번안한 질문지를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이 척도는 개방적 의사소통(10문항)과 폐쇄적 의사소통(10문항)의 두 가지 하위요인으로 구성되며(총 20문항), 아버지의 경우와 어머니의 경우로 나누어 측정하였다. 개방적 의사소통 요인에 속하는 문항의 예로는 “아버지/어머니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는 편이다.”, “아버지/어머니는 내가 어떤 기분상태인지 잘 짐작하신다.” 등이 있으며, 폐쇄적 의사소통 요인의 경우는 “때때로 아버지/어머니의 말씀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아버지/어머니께 말씀드리기가 때때로 조심스럽다.” 등을 들 수 있다. 신뢰도(Cronbach’s α)를 살펴보면, 부-자녀 개방적 의사소통은 .91, 부-자녀 폐쇄적 의사소통은 .84, 모-자녀 개방적 의사소통은 .90, 모-자녀 폐쇄적 의사소통은 .85이었다.
공감
공감은 Park (1996)이 Davis (1980)의 대인관계 반응척도(Interpersonal Reaction Index [IRI])와 Bryant (1982)의 정서 공감 척도(Index of Empathy for Children and Adolescents)를 번안하고 수정 . 보완한 척도를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Park (1996)은 두 가지 척도를 각각 인지적 공감 요인(10문항)과 정서적 공감 요인(20문항)으로 명명하여 공감을 측정하였다(총 30문항). 인지적 공감은 자신으로부터 벗어나서 상대방의 관점과 입장에 서보려는 능력을, 정서적 공감은 상대방에 대해 온정, 자비, 관심 등의 느낌을 경험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인지적 공감 요인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나 소설을 읽을 때, 그 이야기 속의 일이 나에게 일어나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해본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가능한 한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려고 노력한다.” 등의 문항이, 정서적 요인에는 “나는 선물을 받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받는 것을 보면 정말로 기분이 좋다.”,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 나도 울고 싶다.” 등의 문항이 포함된다. 하위요인별 신뢰도(Cronbach’s α)를 살펴보면, 인지적 공감은 .73, 정서적 공감은 .78이었다.
친구관계 질
아동의 친구관계 질은 Mendelson과 Aboud (1999)의 ‘맥길 우정관계 척도: 친구의 기능(McGill Friendship Questionnaire-Friend’s Function [MFQ-FF])’을 Rhee와 Koh (1999)가 번안한 것을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용한 Sung (2006)의 척도를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이 척도는 응답자가 가장 친한 친구를 떠올려 그 친구에 대해 답하도록 되어 있으며, 아동이 가장 친한 친구와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교제의 즐거움, 도움, 친밀감, 신뢰, 인정, 정서적 안정 등 각 5문항의 6가지 하위요인들로 구성된다(총 30문항). 하위요인별 문항의 예를 들면, 교제의 즐거움은 “내 친구는 무엇을 하면 재미있는지 안다.”, “내 친구는 나를 웃게 해준다.” 등이 있으며, 도움은 “내 친구는 어떤 일을 할 때 나를 도와준다.”, “내 친구는 내가 필요한 것들을 빌려준다.” 등이 있다. 친밀감은 “내 친구는 내가 속상할 때 그것을 알아차린다.”, “내 친구는 내가 비밀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등이 있으며, 신뢰는 “내 친구는 우리가 몇 달 동안 서로 만나지 못하더라도 내 친구이기를 원할 것이다.”, “내 친구는 우리가 싸우더라도 여전히 내 친구이길 원할 것이다.” 등이 있다. 인정은 “내 친구는 내가 똑똑하다고 느끼게 해준다.”, “내 친구는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해 말해준다.” 등이 있으며, 정서적 안정은 “내가 무서워할 때 내 친구가 옆에 있다면 좋을 것이다.”, “내 친구는 내게 걱정이 생기면 기분이 나아지게 해 줄 것이다.” 등의 문항들이 포함된다. 각 하위요인의 신뢰도(Cronbach’s α)를 살펴보면, 교제의 즐거움은 .88, 도움은 .85, 친밀감은 .86, 신뢰는 .90, 인정은 .88, 정서적 안정은 .86이었다.
연구절차
본 연구는 이화여자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승인(연구과제 번호: 118-6)을 받은 후, 본 연구자가 서울, 인천, 충남 지역에 위치한 3곳의 초등학교 교장의 동의를 얻어 2016년 7-9월에 각 학교를 방문하여 5, 6학년 부장교사에게 직접 조사내용과 조사방법을 설명하였다. 가정통신문과 동의서 및 설문지를 봉투에 동봉하여 가정으로 배부하였고, 법적대리인인 부모 혹은 동거인과 본인의 동의가 이루어진 아동에게만 설문지를 실시하도록 안내하였다. 총 540명의 아동 가운데 306명이 연구에 참가하기로 동의하였으며(동의율: 56.7%), 정규 수업시간과 휴식시간의 방해를 최소화하고자 가정에서 아동의 자유시간에 실시하도록 하였다. 이 가운데 개인적 사유로 아버지 혹은 어머니와 동거하지 않아 부모-자녀 의사소통 문항에 응답하지 못한 16명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총 290명의 자료를 본 분석에 사용하였다.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 수집된 자료는 SPSS 21.0 (IBM Co., Armonk, NY) 프로그램과 AMOS 21.0 (IBM Co., Armonk, NY)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첫째, 연구대상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빈도와 백분율을 계산하였으며, 부모-자녀 의사소통, 공감 및 친구관계 질 등 각 하위요인의 신뢰도를 알아보기 위해 Cronbach’s α 계수를 산출하였다. 둘째, 빈도분석을 통해 각 변인의 하위요인들의 평균값과 표준편차, 범위를 확인하였으며, 연구모형의 모든 변인들의 분포가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를 이루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왜도와 첨도를 확인하였다. 셋째, 집단 내에서 변인들 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Pearson의 상관관계 분석을 실시하였다. 마지막으로,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공감이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구조방정식 모형(structural equation modeling)을 검증하였다. 또한 간접효과의 유의성을 평가하기 위해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방법을 사용하였고,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공감을 통해 친구관계 질에 미치는 영향에서 아동의 성차를 살펴보기 위해 다중집단분석(multiple group analysis)을 실시하였다.
연구결과
측정변인들 간의 상관관계 분석
연구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Pearson의 적률상관계수를 산출하였다(Table 1). 부모-자녀 의사소통, 공감 및 친구관계 질의 하위요인들 간에는 대부분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
측정모형 분석
측정변수가 잠재변수를 적절히 설명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확인적 요인분석(confirmatory factor analysis)을 실시하였다. 확인적 요인분석의 모수추정방식은 최대우도법(maximum likelihood estimation)을 사용하였으며, 측정모형의 적합도는 χ²와 χ²/df, NFI (normed fit index), TLI (tucker-lewis index), CFI (comparative fit index), RMSEA (root mean square error of approximation)와 같은 적합도 지수로 평가했다. 모형의 적합도 지수를 살펴본 결과, χ² = 321.975 (df = 48, p < .001), χ²/df = 6.708, NFI = .889, TLI = .867, CFI = .904, RMSEA = .141 (90% CI = .126, .155)로 적절한 수준을 나타내지 않았다. 따라서, 수정지수가 10 이상이고 동일한 측정도구를 사용한 부-자녀 폐쇄적 의사소통과 모-자녀 폐쇄적 의사소통의 오차항 간에, 친구관계 질의 하위요인들의 오차항 간에 공분산을 설정하여 모형을 수정하였다(MIe2-e4 = 63.832, MIe8-e11 = 55.151). 그 결과, χ² = 55.151 (df = 46, ns), χ²/df = 1.207, NFI = .981, TLI = .995, CFI = .997, RMSEA = .027 (90% CI = .000, .049)로 나타나 적합성이 검증되었다.
구조모형 분석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공감이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확인하기 위하여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친구관계 질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과 공감을 매개로 하여 미치는 간접적 영향에 대한 경로를 구조방정식을 이용해 분석하였다. 구조모형의 적합도 지수는 χ² = 55.151(df = 46, ns), χ²/df = 1.207, NFI = .981, TLI = .995, CFI = .997, RMSEA = .027(90% CI = .000, .049)로 기준을 충족하였다.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공감이 친구관계 질에 미치는 직접적 및 간접적 경로는 다음과 같다(Table 2, Figure 1). 첫째,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 경로는 부-자녀 의사소통과 모-자녀 의사소통 모두 유의하지 않았다. 둘째,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공감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모-자녀 의사소통의 경우에만 정적으로 유의하였으며(β = .394, p < .05), 공감에서 친구관계 질로의 경로 또한 정적으로 유의하였다(β = .508, p < .001). 즉,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친구관계 질에 미치는 직접 경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모-자녀 의사소통이 공감을 통해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 경로만 발견되었다.
잠재변인 간의 구조적 관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친구관계 질에 미치는 직접효과와 공감을 통한 간접효과 및 총효과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아동의 친구관계 질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변인은 공감(β = .508, p < .001)이었다. 또한,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공감에 미치는 영향력과 관련해서는 모-자녀 의사소통(β = .394, p < .05)만이 유의하였다. 부트스트래핑 방법을 이용하여 간접효과의 유의성을 살펴본 결과, 모-자녀 의사소통이 공감을 통해 친구관계 질에 미치는 간접효과는 유의하였다(β = .200, p < .05). 이어서 외생변수가 내생변수의 변량을 설명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다중상관자승(squared multiple correlation)을 살펴본 결과,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공감은 친구관계 질의 38.7%를, 부모-자녀 의사소통은 공감의 16.5%를 설명하였다(Table 3).
연구모형에서의 성차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공감이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에서 성차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다중집단분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집단 간의 경로모형을 분석하기 위하여 사용한 모형은 총 세 가지로, 두 집단 측정계수와 구조계수가 동일하다는 제약을 가하지 않은 비제약모형(모형 A), 두 집단의 측정계수가 동일하다는 제약을 가한 측정제약모형(모형 B), 두 집단의 측정계수 및 구조계수가 동일하다는 제약을 가한 구조제약모형(모형 C)을 설정하여, 각 모형의 측정계수, 구조계수가 남녀 아동에게 동일한지 살펴보았다. 먼저, 비제약모형(모형 A)과 측정제약모형(모형 B)을 비교한 결과, △χ² = 6.149(df = 8, n.s.)로 두 모형 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측정제약모형(모형 B)과 구조제약모형(모형 C)을 비교한 결과, △χ² = 14.571(df = 5, p < .05)로 유의하였다. 즉, 잠재변인 간의 경로인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공감이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남아와 여아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남아와 여아를 분리하여 각각의 경로모형을 분석하였다(Figure 2, Figure 3).
남아의 경우,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 경로는 모-자녀 의사소통만 유의하였다(β = .634, p < .05).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공감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부-자녀 의사소통의 경우에만 정적으로 유의하였으며(β = .884, p < .01), 공감에서 친구관계 질로의 경로 또한 정적으로 유의하였다(β = .538, p < .001). 즉, 모-자녀 의사소통이 남아의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 경로와 부-자녀 의사소통이 공감을 통해 남아의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 경로가 발견되었다. 여아의 경우,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 경로는 부-자녀 의사소통과 모-자녀 의사소통 모두 유의하지 않았다.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공감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모-자녀 의사소통의 경우에만 정적으로 유의하였으며(β = .774, p < .001), 공감에서 친구관계 질로의 경로 또한 정적으로 유의하였다(β = .475, p < .001). 즉,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여아의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 경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모-자녀 의사소통이 공감을 통해 여아의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 경로만 발견되었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초등학교 5, 6학년에 재학 중인 아동을 대상으로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공감이 아동의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탐색하기 위해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친구관계 질에 미치는 영향과 공감이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친구관계 질 간의 관계를 매개하는지 살펴보았다. 또한 이러한 경로가 아동의 성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도 살펴보았다. 본 연구의 연구문제를 중심으로 주요 결과를 요약하고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공감이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와 관련하여, 부모-자녀 의사소통은 아동의 친구관계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부모-자녀 의사소통 가운데 모-자녀 의사소통만이 공감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즉, 아동의 공감은 모-자녀 의사소통과 친구관계 질 간의 관계를 완전 매개하였다. 그러나 부모-자녀관계가 또래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한 연구결과들(Fuligni & Eccles, 1993; Schneider, Atkinson, & Tardif, 2001)과는 차이가 있다.
먼저,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친구관계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초등학교 5, 6학년 시기는 학령기에서 청소년기로 옮겨가는 과도기로 부모-자녀관계보다 또래관계 안에서의 역동 혹은 내적·개인적 요인이 친구관계 질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또래지위 집단 혹은 또래괴롭힘 유형이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J.-H. Bae & Choi, 2001; Chung et al., 2008)과 아동의 기질과 성향이 친구관계 질을 예측한다는 연구결과들(Clark & Ladd, 2000; W. R. Park & Hong, 2015; M. K. Yoon, 1998)로 뒷받침 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로 매개변인인 공감의 상대적 영향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 공감은 친구관계 질에 대해 부모-자녀 의사소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나타내었다. 공감의 상대적 영향력은 본 연구변인들 간의 단순 상관관계에서는 부모-자녀 의사소통의 하위요인들이 친구관계 질의 하위요인들과 대부분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이해할 만하다. 이런 점에서,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친구관계 질 간 관계의 유의성 여부는 매개변인인 공감의 영향력에 기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선행 연구들에서도 친구관계 질의 선행요인으로서 부모-자녀관계와 공감 가운데 공감의 상대적 영향력이 더 크다고 보고되기도 한다.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공감이 또래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살펴본 연구에서, 부모와 자녀 간에 나누는 의사소통보다 아동의 공감이 또래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컸으며(K S. Chae, 2015), 부모가 자녀에게 대하는 양육태도보다 아동의 공감이 또래관계에 미치는 상대적 영향력이 더욱 큰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Im & Jin, 2014).
다음으로,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아동의 친구관계 질 간의 관계에서 공감의 매개적 역할과 관련하여,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공감 간의 관계, 공감과 친구관계 질 간의 관계, 그리고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친구관계 질 간의 관계에서 공감의 매개적 역할로 나누어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자녀 의사소통은 공감에 영향을 미쳐, 아동은 어머니와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할수록 공감이 높은 반면, 부정적이고 폐쇄적인 의사소통을 할수록 공감이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어머니와 자녀 간 의사소통은 개방형과 폐쇄형 모두, 아버지와 자녀 간 의사소통은 개방형만 아동의 공감에 영향을 미친 연구결과(A.-R. Park & Baik, 2014)와 부분적으로 일치한다. 본 연구결과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 가운데 어머니와의 의사소통만 공감에 영향을 미쳤다. 모-자녀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부-자녀 의사소통의 하위요인들도 공감의 하위요인들과 모두 유의한 상관을 보였던 점(rs = -.15∼.30)에 근거할 때, 이는 부-자녀 의사소통과 모-자녀 의사소통을 동시에 고려함으로써 부-자녀 의사소통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었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다시 말해, 아동의 공감은 부-자녀 및 모-자녀 의사소통과 모두 관련이 있으나,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부모 중 아버지에 대한 애착보다 어머니에 대한 애착이 공감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고한 연구결과들(I. H. Choi & Kim, 2014; Huh, 1997; J.-E. Kim, Doh, Kim, & Kim, 2013)과 유사하다. 또한, 국내 초등학생 가운데 85%가 부모 중에서 주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경향이 있듯이(Y. L. Kim, 2015), 아동이 아버지와 의사소통을 하는 시간은 어머니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며, 이는 본 연구의 결과와도 관련될 수 있다.
둘째, 아동의 공감은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쳐, 아동의 공감이 높을수록 친구관계 질이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공감이 높을수록 질적인 친구관계를 맺으며, 원만한 또래관계를 유지하고, 또래관계에서 문제가 적다는 선행 연구결과들(Im & Jin, 2014; J.-Y. Kang, 2009; M.-S. Kim, 2007; S.-M. Yoon & Jin, 2015)을 지지한다. 또한, 공감이 발달한 아동일수록 사회적 유능감이 높고, 사회성이 뛰어나며, 대인관계 능력이 있고, 공격적 행동을 덜 보인다는 선행 연구결과들(Barnett, King, Howard, & Dino, 1980; Eggum, Eisenberg, & Giunta, 2010)과도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초기 청소년의 공감은 갈등해결전략을 통해서만이 친구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Han & Kim, 2015)와는 불일치한다. 이러한 선행 연구는 아동의 공감 외의 다른 전략이 친구관계를 맺는 데 필요함을 제기하나, 본 연구에서는 공감과 친구관계 질 간 관계에서의 매개변인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아동의 친구관계 질에 대한 공감의 영향력만을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부모-자녀 의사소통 가운데 모-자녀 의사소통만이 공감을 통해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쳐, 아동이 어머니와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할수록 공감이 높았고, 공감이 높을수록 친구관계 질이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어머니와 자녀가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할수록 아동의 공감이 증진되어 원만한 또래 및 대인관계를 형성하도록 돕고(J. T. Kim, 2015; Woo, 2013), 또래괴롭힘 피해자를 방어하는 행동이 발현되는 반면(J.-S. Kim, Ahn, & Oh, 2016), 어머니와 역기능적인 의사소통을 할 경우, 내현적 자기애나 대인관계 문제를 매개로 공격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Chun, 2015; Song, 2016)과 유사하다. 본 연구에서 부-자녀 의사소통의 영향력이 나타나지 않은 원인은 앞서 언급했던 대로 부-자녀 의사소통과 모-자녀 의사소통을 동시에 고려함으로써 부-자녀 의사소통의 영향력이 약화되었을 수도 있고 아버지와 자녀 간의 대화 부재로 추측해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어머니와의 의사소통이 아동의 공감에 영향을 미치고, 공감이 질적인 친구관계를 맺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결과를 미루어볼 때 주 양육자로서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함을 재확인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아동의 공감이 부모-자녀 의사소통(Chae, 2015)이나 양육태도(Im & Jin, 2014)에 비해 또래관계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나타낸다고 보고한 연구결과(Chae, 2015)와 유사하게, 본 연구에서 공감은 친구관계 질에 대해 부모-자녀 의사소통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나타내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아동이 친구와의 상호작용 시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등 공감적 능력이 친구관계 질을 높이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강조할 수 있다. 본 연구결과는 아동의 친구관계 질이나 또래관계 증진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기술 훈련 프로그램에서 아동의 공감에 관한 내용을 강조하는 것(Antshel & Remer, 2003; Chalmers & Michael, 1990)과 일맥상통한다.
한편,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공감이 친구관계 질에 미치는 영향은 아동의 성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남아의 경우, 어머니와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할수록 친구관계 질이 높았으며, 동성 부모인 아버지와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할수록 공감이 높았고, 공감이 높을수록 친구관계 질이 높았다. 반면, 여아의 경우, 동성 부모인 어머니와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할수록 공감이 높았고, 공감이 높을수록 친구관계 질이 높았다. 즉, 남아는 주 양육자인 어머니와의 의사소통이 친구관계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남아와 여아 모두 공감은 동성 부모와의 의사소통이 친구관계 질에 미치는 영향을 매개하였다. 남아의 경우 부모 중 어머니와의 의사소통만이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모-자 간 의사소통이 부-자 간 의사소통에 비해 친구관계 질에 상대적으로 더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 연구결과(K. M. Kim, 2010)를 부분적으로 지지한다. 또한, 어머니와 기능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아동이 사회성이 높다는 연구결과(H.-Y. Kim, 1999)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본 연구결과는 남아의 친구관계 질에 있어 주 양육자인 어머니와의 의사소통이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 남아와 여아 모두 동성 부모와의 의사소통이 공감을 통해 친구관계 질에 영향을 미친 점은 매우 흥미롭다. 세 가지 연구변인들 간의 경로를 살펴본 선행 연구가 드물어,본 연구결과는 유사변인을 포함한 연구들과 비교해 볼 수 있다. 남아는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의 공감적 양육이 공감을 통해 학교적응에 영향을 미쳤으나 여아는 어머니의 공감적 양육만이 공감을 통해 학교적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N. R. Choi & Shin, 2014)와 부분적으로 일치한다. 이외에도, 남아는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의 공감적 양육이 정서적 공감을 통해 또래괴롭힘 피해자의 방어행동에 영향을 미쳤으나, 여아는 어머니의 공감적 양육만이 정서적 공감을 통해 또래괴롭힘 피해자의 방어행동에 영향을 미친 연구결과(Yang & Chung, 2015)를 부분적으로 지지한다. 선행 관련 연구들과 유사하게, 본 연구에서도 남아와 여아 각각 아버지와의 의사소통과 어머니와의 의사소통이 공감을 예측하고 이는 친구관계 질로 연결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아동이 기본적으로 자기자신과 동일한 성을 가진 부모의 행동을 모델로 하여 관찰하고 학습하기 쉽다는 측면에서(Bandura, 1986)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남아는 아버지와의 원만한 관계가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Lamb, 2004)와 여아는 어머니가 공감적으로 양육할 때 공감이 발달하고 이는 또래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N. R. Choi & Shin, 2014; Yang & Chung, 2015)과 유사하게 남녀 아동에게 동성 부모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 연구결과만으로 부모-자녀 의사소통, 공감 및 친구관계 질 간의 경로와 관련하여 발견된 성차를 결론 내리기는 어려우므로 보다 명확한 규명을 위해서는 이와 관련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결과는 학령 후기 아동의 친구관계 질의 발달에 여전히 주 양육자로서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이와 동시에 부-자 및 모-녀 의사소통, 공감 및 친구관계 질 간의 경로는 동성 부모의 역할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게 한다. 따라서, 부모공동양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주로 어머니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부모교육의 대상을 확대하여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부모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아동의 공감은 친구관계 질에 대해 부모-자녀 의사소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보였다. 이는 아동의 친구관계 형성 및 질적 유지를 위해 아동의 공감 능력 향상에 초점을 둔 중재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시가 시급함을 반영한다.
본 연구의 제한점과 더불어 후속 연구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모든 변인은 아동 자신의 지각에 초점을 두어 자기보고에 의한 질문지법을 사용하였으나, 이로 인해 변인 간의 상관이 과잉 추정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자기보고식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질문지법 외의 다양한 조사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본 연구에서는 연구대상 아동이 실질적으로 부모와 함께 의사소통하는 물리적 시간을 조사하지 않았다. 후속 연구에서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여 부모-자녀 의사소통이 공감과 친구관계 질에 미치는 상대적 영향력을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의의를 가진다. 먼저, 부모와 자녀 간의 의사소통과 아동 자신의 공감이 친구관계 질에 미치는 중요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변인들을 모두 포함하여 살펴본 연구가 드문 실정에, 본 연구는 이들 간의 관련성을 탐색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외적·환경적 요인으로서 부모-자녀관계와 내적·개인적 요인으로서 공감이 아동의 관계 양상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선행 연구들이 다수의 친구를 포함하는 또래관계에 치중된 점과 달리, 본 연구에서는 이원적인 친구관계를 통해 보다 질적인 측면을 확인하고자 시도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외에도, 본 연구는 아동의 친구관계 질에 미치는 영향을 부모와 아동의 성별로 살펴봄으로써 아버지의 역할과 어머니의 역할의 상대적 영향력을 비교함과 동시에, 연구변인들 간의 경로에서 남아와 여아의 차이를 확인하였다. 본 연구결과는 학령기 아동의 생활지도나 상담지도에 여러 시사점을 제공하고, 아동의 친구관계 질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중재적 노력에 기여할 수 있는 기초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Acknowledge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of the Republic Korea and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NRF-2016S1A3A2924375).
Notes
This article is a part of the first author’s master’s thesis submitted in 2017, and was presented as a poster at the 2017 Annual Fall Conference of the Korean Association of Child Studies.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